트럼프 찍었던 유권자 10% 이탈

민주 13%p차 압승에 결정적 역할

마가 세력에 휘둘린 공화당 보며

지지자 등 돌려…‘텃밭’ 텍사스 완패

보수층 재결집, 공화 잠룡들 과제로

개선문 건립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개선문 건립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공화당이 극심한 내분을 맞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가 가장 주요한 이슈로 부각하면서 불리한 지형을 안고 시작했는데, 정작 전쟁 책임이 가장 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패배 원인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나 후보 탓으로 돌리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지층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마가(MAGA·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정통 보수의 가치가 부정당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선거 참패 직후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참아왔던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돈 베이컨 하원의원(네브라스카)은 “링컨이 출마했어도 못 이겼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비호감도가 높아 공화당에 극도로 불리했기 때문”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메인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비 찰스 후보는 폴리티코에 “조금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여전히 미래를 낙관한다. 트럼프가 2년 뒤면 물러날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를 비꼬기도 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것은 선거 패배 뿐 아니라 패배 직후 그가 보여준 태도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개표 방송을 지켜보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가 투표용지에 있었다면 (공화당이) 이겼을 것”이라며 패배 책임을 후보들에게 돌리거나 5일(현지시간) 언론 질의에 이란 전쟁이 패배 요인이 됐다고 시인하면서도 헤그세스 국방장관 경질론을 부인하며 전쟁 책임을 담당 부처 장관에게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본인의 책임은 끝까지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독주로 처참한 선거 결과를 안았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당을 향해, 지지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기존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와 마가 세력들이 공화당이 지켜온 정통 보수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것에 분노해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거부하거나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CNN은 이날 SSRS의 유권자 출구조사를 분석해, 민주당이 상원의석 색깔을 뒤집은 5개 공화당 강세 경합주(텍사스·캔자스·오하이오·아이오와·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약 10%의 이탈표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뽑았던 유권자 중 이번에 민주당 후보를 뽑은 이탈표가 10%가량이라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하원 선거 총득표율 기준 13%포인트 차이로 압승한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간선거에서 13%포인트의 격차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정국을 강타했던 1974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JD 밴스 부통령은 전날 SNS에 올린 ‘징비록’ 성격의 글에는 “주된 문제는 투표율이 아니다. 주된 문제는 2024년에 트럼프·밴스에게 투표했던 많은 사람이 2026년에는 민주당에 투표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패배의 주원인이 됐다는 것을 직시한 것이다.

이는 특히 마가 세력이 아닌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비판이다. 2년 전 ‘트럼프 지지 연합’을 구성했던 30세 미만 남성의 절반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마가 세력이 아닌 공화당원의 약 3분의 1이 트럼프의 직무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낸 곳이 텍사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텍사스에서 14%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트럼프에 표를 몰아줬던 텍사스는 이번에 상원의원(제임스 탈라리코)과 주지사(지나 히노호사)를 다 민주당으로 택했다. 텍사스는 일찍부터 격전지로 꼽혔지만, 탈라리코 후보는 12%포인트 차이로 초반부터 여유 있게 승리했다.

탈라리코의 승리는 ‘트럼프 픽(pick)’ 후보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공화당에 더 뼈아팠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상원의원 후보로 현역의원인 존 코닌 대신 마가 세력의 지지를 받는 켄 팩스턴을 골랐다. 부패와 외도로 논란이 많았던 후보였음에도 마가 세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팩스턴에 힘을 싣기 위해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텍사스를 찾아 지원유세를 했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텍사스에서 상원의원, 주지사 뿐 아니라 주 전체를 대상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전패했다. 공화당 소속 주 대법관 후보들마저 패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는 선거 기간 만났던 텍사스 유권자들의 여론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팩스턴에 반대하는 공화당원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면서 “그들은 자신들을 모욕하고 조롱하며 공화당 정치에서 몰아낸 팩스턴 지지자들(마가 세력)에 격분해 있었다”고 전했다.

팩스턴을 지지하는 마가 공화당원들이 비(非)마가 성향의 공화당원까지 적대시하면서, 배척당한 공화당원들의 ‘분노 투표’ 또는 ‘투표 거부’가 탈라리코의 승리를 일궈냈다는 게 프렌치의 진단이다.

프랜치는 지지층이 분열한 공화당이 2년 뒤 대선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꼬집었다. 백악관은 선거 참패 이후에도 “여전히 여러분의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논평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당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마가 세력의 광신적 개인숭배 속에 파묻혀, 적지 않은 의원들의 추종을 받는 이상 2년 동안 공화당 내 분열이 봉합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CNN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트럼프의 뒤를 이을 인물이 균열하고 있는 공화당을 다시 하나로 결집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이란전쟁 탓 패배’ 인정한 트럼프 “탄핵하면 민주당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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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중간선거 패배의 원인이라 인정하면서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교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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