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월 서울 경매 진행 3만3240건…유찰 누적

전체 낙찰가율 75.4%…10월 아파트는 101.1%

고가주택 유찰 속 중저가 아파트 실수요 집중

“집값 하락 단정 어렵지만 상승세 둔화 가능성”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강남·서초 일대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헤럴드DB]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강남·서초 일대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올해 서울 부동산 경매 건수가 3만3000건을 넘어 2006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평균 낙찰가율도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으로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대출·세제 부담에 유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에는 실수요가 몰리며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를 웃돌았다. 전체 경매시장의 부진과 아파트 매수 경쟁이 공존하면서 주택 유형과 가격대에 따른 온도 차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올해 서울 경매 진행 건수 2006년 후 최대 3.3만

6일 법원경매정보 매각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 경매 진행 건수는 3만3240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봤을 때 2006년(3만3824건) 이후 최고치로, 11~12월 경매 건수를 합산하면 2006년 수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경매 건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008년 1만4544건이었던 경매 건수는 2009년 1만8357건→2010년 1만7709건→2011년 2만100건→2012년 2만2426건→2013년 2만3895건 등으로 늘어나다가 2014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2021년(6357건) 6000건대까지 내려갔던 경매 건수는 2022년(8658건)부터 다시 증가해왔다.

경매 건수가 이처럼 폭증한 핵심 요인으로는 2022년부터 단행된 가파른 금리 인상이 꼽힌다. 2021년 11월 1.00%였던 기준금리는 1년 만인 2022년 11월 3.25%로 2.25%포인트(p) 올랐다. 2023년 1월 3.50%로 더 인상된 뒤 장기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높은 이자를 견디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 물건이 급격히 쌓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주거시설·상업시설·토지 등 용도마다 전반적으로 경매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파트는 지방을 중심으로, 연립·다세대주택은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가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인한 공실 부실화가, 토지는 농지전수조사 강화와 고금리에 따른 개발 수요 위축이 맞물리며 경매로 넘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전체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도 1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1~10월 서울 전체 평균 낙찰가율은 75.4%로, 2013년(72.3%) 이후 가장 낮았다. 부동산 호황기라 불리는 2021년 100.3%까지 올랐던 평균 낙찰가율은 2022년(92.4%)부터 내림세를 나타냈다.

여기에는 대출규제도 영향을 끼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전문위원은 “과거에는 경락잔금대출 실행이 수월했지만 현재는 6·27 대출규제로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다 보니 경매로 낙찰받는다고 해서 크게 나을 상황이 없어졌다”고 했다. 경락잔금대출은 경매로 부동산을 낙찰받았을 때 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잔금을 치르기 위해 낙찰받은 물건을 담보로 받는 대출을 뜻한다.

경매 늘면 주택 매수 심리 위축 가능성

시장에선 낙찰가율, 진행 건수 등 경매시장 흐름이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만큼 경매 물량 적체와 낙찰가율 하락이 주택 매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하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거듭 경매 진행 건수와 낙찰가율 등 지표를 언급하며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한 주시를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유의할 점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과 경매 물건이 많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에도 “특히 수도권에 공포매수 압박을 느끼시는 분들은 반드시 서울지역 아파트의 거래량 증감, 매물 추이, 핵심지역의 실거래가격 추이, 담보대출 연체율, 경매 건수 추이를 꼭 살펴보길 바란다”며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경우 공적임대주택 용도로 정부가 대량매입하는 것을 포함해 대비책을 이미 강구 중”이라고 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서울 집값, 특히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건 공급 부족으로 ‘지금 못 사면 이 가격에 살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추격매수세가 작용한 것인데 경매 매물이 증가하면 선택지가 많아지는 셈”이라며 “급하게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관망 흐름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7~8월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아직 반영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서울 성북구 서울성곽에서 바라본 성북구 일대 아파트. [연합]
지난 1일 서울 성북구 서울성곽에서 바라본 성북구 일대 아파트. [연합]

10월 아파트 낙찰가율 100% 넘겨…내년엔 과열 잦아들 수

하지만 경매 물량 증가와 전체 낙찰가율 하락을 주택시장 전반의 하락 신호로 곧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서울 전체 경매 통계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 상업시설, 토지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경매 진행 건수 역시 신규 물건 유입과 반복 유찰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시장 방향을 판단하려면 부동산 유형별 매각 흐름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가와 중저가 주택 시장도 가격에 따라 규제가 달리 적용받기 때문에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제외) 경매 진행 건수는 226건으로 전월(159건)보다 42.1% 늘었지만, 낙찰가율도 94.49%에서 101.10%로 상승했다. 경매 물량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는 등 매수세가 이어진 것이다.

2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한도 2억원 제한과 보유세·양도소득세 부담 확대 등으로 강남·서초 고가 아파트에서 유찰이나 낙찰가 하락이 나타나지만,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중저가 단지로는 전세난으로 인한 생존매수 실수요가 쏠리며 낙찰가율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저가 아파트의 낙찰가율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신중한 입장이다. 경매시장 전반에 매물이 적체되는 등 지표들이 둔화하는 만큼, 중저가 단지 역시 오름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윤수민 위원은 “현재와 같은 서울 경매시장 지표를 집값 하락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면서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생존매수세가 과열됐던 부분이 이제는 일부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어 시장의 상승 동력이 약간은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원, 도봉, 강북 등 서울 외곽 지역도 상승에 제약이 걸리는 모습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중저가 중심의 상승세는 내년부터 잦아들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 경매시장에서는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중저가 아파트같이 수요자가 원하는 물건들은 낙찰가율이 올라가고 오피스텔, 빌라 등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며 “여전히 선행적 지표로서 중저가 낙찰가율이 높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중저가 단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2분기 또는 하반기부터는 강남권 하락요인이었던 세금 이슈가 정리되며 고가지역들이 다시 반등하고, 올해 급격히 올랐던 중저가 지역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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