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일본 가상자산 과세제도’ 회답 입수
日, 채굴·하드포크까지 과세 기준 구체화
韓, 양도·대여만 명시…새 거래 과세기준 공백
스테이킹 등 거래 전반 ‘기타소득’ 포괄 방안 거론
업계 “기타소득 일괄 분류 적절성도 따져봐야”
[헤럴드경제=유혜림·경예은 기자] 정부가 디지털자산 과세 2년 유예와 함께 제도 보완에 나선 가운데 양도·대여 외 거래의 과세 기준과 해외 납부세액 반영 방식까지 폭넓게 손봐야 한다는 국회 분석이 나왔다. 다양한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을 마련한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새로운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이중과세 방지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진단이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업권법 제정과 맞물려 법적 성격과 과세 기준을 함께 정립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기타소득 범위 어떻게 설계될까=본지가 입수한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난 1월 ‘일본 가상자산 과세제도’ 입법조사회답에는 이 같은 국내 제도 보완 방안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입법조사회답은 국회의원이 특정 사안의 해외 사례나 제도 분석을 의뢰하면 입법조사처 연구진이 작성해 해당 의원실에 비공개로 제공하는 자료다.
일본은 2017년 암호자산 거래소득에 대한 과세 기준을 구체화한 데 이어 2019년 4월 관련 세법 정비를 시행했다. 현재 암호자산 거래소득을 원칙적으로 잡소득으로 분류해 5~45%의 누진세율로 종합과세하고 있으며, 주민세를 포함한 최고 세율은 55%에 달한다.
당시 일본 역시 거래소 제출 자료의 정확성 부족과 개인 간(P2P) 거래 추적의 한계, 과세표준 산정의 복잡성 등 실무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과세 시행을 미루기보다 제도를 우선 시행한 뒤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단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일본은 코인 간 교환과 채굴, 하드포크 등 거래 유형별로 과세 시점과 소득 산정 기준을 두고 있다. 일본은 채굴로 받은 코인을 취득 당시 시가로 평가하고, 채굴에 든 필요경비를 빼 소득을 계산한다. 대여(랜딩) 시에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이 분리되는 하드포크로 새 코인을 받은 경우에는 수령 시점에 과세하지 않고, 이후 팔 때 취득가액을 0원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이와 달리, 국내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의 양도·대여에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구조다. 입조처는 “일본은 다양한 거래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과세 규정과 국세청 지침을 통해 과세 기준을 비교적 명확히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양도·대여소득에 대한 과세만 규정하고 그 밖의 거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향후 논의 과정에서 가상자산 양도·대여뿐 아니라 거래 전반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일괄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테이킹 보상만 해도 가상자산 대여의 대가로 볼지, 블록체인 검증 업무에 대한 용역 대가로 볼지에 따라 과세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거래 유형이 등장할 때마다 세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과세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기타소득으로 포괄해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다만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묶는 방식이 현행 과세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도소득은 자산의 매매 차익에 해당하는 자본이득인 반면, 대여소득은 자산을 빌려주고 반복적으로 얻는 경상소득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성희 가톨릭대 교수는 “양도와 대여를 일괄 과세할 경우 신고 편의를 높일 수 있지만 세법상 과세 체계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서 이미 낸 세금, 어떻게 반영하나=국내 거주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얻은 가상자산 양도·대여소득에 현지에서도 세금을 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중과세 우려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입조처는 가상자산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하는 구조에선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소득세법 제57조에 따르면, 국외원천소득은 기타소득이 아니라 종합소득금액 또는 퇴직소득금액에 합산돼 있어야 이 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완책으로는 납세자가 종합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가상자산소득을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신고하면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해외에서 이미 낸 세금을 일정 한도 내에서 국내 납부세액에서 빼 이중과세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분리과세 체계를 유지하면서 해외 납부세액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해외에서 낸 세금을 가상자산소득 계산 과정에서 비용으로 차감해 국내 과세표준을 낮추는 구조다. 납부할 세금에서 직접 빼주는 세액공제와는 부담 경감 효과에 차이가 있어 구체적인 인정 범위와 적용 방식은 추가 설계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시장에선 기본공제 확대나 저율과세를 통해 투자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투자자 분포와 보유 규모, 소득 수준을 반영해 공제·세율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본공제보다는 재산 형성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저소득층의 자본이득에 저율과세나 비과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과감히 논의해야 한다”며 “가상자산에 국한하지 않고 자본이득 과세 전반의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과세기준도 숙제=일본 사례와 비교해도 제도 정비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규정하고, 은행·신탁회사·자금이동업자 등 발행 주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제도권에 편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을 포괄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마련되지 않아 관련 거래의 법적 성격과 과세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권법 제정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과세 처리 기준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인지, 투자자산인지, 예치·대여 상품과 결합한 금융상품인지에 따라 소득 구분과 과세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일본이 먼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유통 구조를 법으로 정리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업권법과 소득세법·법인세법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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