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파견 여부 꺼리는 공소청 검사들

“수사권 폐지됐는데…공정성 시비 계속될 것”

공소청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달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검찰 깃발을 내리는 모습. [연합]
공소청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달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검찰 깃발을 내리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여권이 추진하는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이 수사인력 확보부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과거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 자체를 겨냥하는 특검이라는 점에서 공소청 검사들의 파견 기피 현상이 앞선 특검들보다 두드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청 폐지 이후 일선의 인력난이 심화한 상황이라 공소청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작기소 특검법’으로 불리는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민주당 단독으로 161석을 보유하고 있어 필리버스터 24시간 이후 종결 표결을 거쳐 오는 6일 본회의 통과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4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여권 주도로 통과한 특검법안은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에서 제기된 조작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 취업 관련 뇌물수수 의혹,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이 포함됐다. 추가적인 수정 없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특검팀은 특별검사 1명과 특별검사보 8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70명, 파견공무원 210명 등 최대 309명 규모로 구성된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출범하더라도 파견검사를 비롯한 수사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기존 특검과 달리 과거 검찰이 처리한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검사들이 파견 자체를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나아가 특검 인선 자체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얘기까지 돈다.

검사들에게는 사실상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는 특검’이라는 점이 가장 큰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수사에 관여한 동료 검사들의 위법 여부를 직접 들여다봐야 하는 데다, 수사 결과에 따라 공소청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견검사들이 공소청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검사 파견은 인사명령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개별 검사가 희망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하기는 어렵다. 조작기소 특검법안은 특별검사가 공소청 등 관계기관에 검사 파견을 요청할 경우 해당 기관의 장이 이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견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특검이 관계기관의 장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파견 대상에 오른 검사들이 휴직을 선택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실제 특검팀 구성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검사는 헤럴드경제에 “어느 특검보다도 파견을 가고 싶다고 하는 검사가 적을 것”이라며 “파견 요청이 오면 협의를 하고 개별 검사에게 의중을 묻게 되는데, 아주 강제적으로 파견을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특검 파견검사에게 별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둘러싼 논쟁도 거듭되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직접수사는 허용되지 않는데, 특정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에 파견된 검사에게만 예외적으로 수사권을 인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문제다. 조작기소 특검법안은 특검에 파견된 검사에게도 개정 전 형사소송법의 수사권·지휘권 관련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특례를 뒀다.

한 공소청 간부는 “검사 수사권이 폐지됐는데 특검에 파견된 검사에게는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건 제도적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 파견으로 공소청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검찰청 폐지를 전후로 검사들의 사직이 이어진 데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동한 검사 및 직원들도 있어서 일선 공소청의 인력난은 심화된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기준 전국 공소청 검사 인원은 1997명이지만, 파견·휴직 및 해외연수 인원 등을 제외한 실제 근무 검사 수는 1500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청 출범 이전부터 사건 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은 18만6307건으로 이미 역대 최대치로 집계됐는데, 지난달 공소청에 추가된 미제 사건은 2만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총 20만건이 넘는 미제 사건 수를 최초로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