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하원 석권 ‘미국 우선주의·동맹 현대화’ 큰 틀 유지
美 민주당 엄격한 핵 비확산 잣대…韓 핵잠 도입 등 제동 우려
전작권 전환 ‘美 국익 부합’ 관건…韓 대미투자 압박 이어질 듯
[헤럴드경제=김해솔·서영상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는 ‘블루쓰나미’가 현실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거래주의 외교 스타일은 일부 제동이 걸리겠지만 동맹 현대화와 대미투자 압박이라는 본질적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특히 핵 비확산 규범을 엄격히 적용하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한국의 숙원인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한미관계의 기본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맹국에 더 많은 안보 기여와 대미투자를 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 자체는 여야 간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한미동맹과 관련해 크게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큰 변화 없이 갈 것”이라며 “민주당도 동맹을 중요시하고 동맹의 현대화와 대미투자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정책 현안들에서 살짝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외교정책 방향성 같은 경우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 대해 컨센서스가 있고 민주당도 한미동맹에서 한국이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똑같이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외교 정책 스타일이나 이니셔티브를 기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안보 분야 핵심 현안인 핵잠 등은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향적으로 거론되던 한국의 핵잠 보유 및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민주당 의회의 강력한 핵 비확산 장벽에 막힐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 관점에서는 오히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기회요인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핵잠이라든지 미 원자력법 123조에 따른 ‘123 협정’ 개정 문제 등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던져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이 훨씬 더 핵 비확산 규범에 대해 깐깐하다”면서 “이 두 가지 한국의 숙원사업은 거의 물 건너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손해 보는 게 더 크다”고 우려했다.
민 교수도 “작년 말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이 핵잠을 가져 원자력 권한을 확대하면 미국이 갖고 있는 비확산 기조에 저해될 수 있다’며 한국이 핵 잠재력을 갖게 되면 핵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며 “민주당의 이런 우려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 교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민주당도 전작권을 안 준다는 게 아니다. 거래적으로 동맹을 대하는 것에 대해 반감은 있지만 민주당도 미국 사람들”이라며 “의회가 주한미군 2만5500명 유지, 전작권 전환 로드맵 보고 의무화 같은 견제장치를 넣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한미 간 협의가 잘돼 미국의 이익에 저해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병 요구를 받아 온 이란전과 관련해서는 “협상 국면으로 들어갈 동력이 생겨 전쟁이 끝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통상과 경제 분야에서는 15% 상호관세와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 압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 교수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했다고 15% 상호관세를 없던 일로 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세는 정치적 중독성이 있어 조 바이든 행정부 때도 트럼프 1기 관세를 취소하지 않고, 대중관세는 더 올렸다”고 짚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방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먼저 만나고 떠나는 날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만났듯 민주당 역시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유치를 핵심으로 본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현재 이재명 정부에 대한 미 조야의 인식이 여야를 막론하고 우호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만큼 의회권력이 바뀌었다고 한미관계에서 극적인 전기가 마련되기보다는 공급망 투자와 통상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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