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과학조사 끝에 이빨고기 조업 길 열려
국제규범 3건 중 한국 제안 2건 채택
불법 어획 메로 유통·폭발물 사용 제한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1998년부터 조업이 금지됐던 남극해 일부 해역에서 우리 어선이 다시 이빨고기(메로)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와 국내 원양업계가 10년간 진행한 과학조사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결과다. 남극해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국제규범도 한국이 제안한 2건이 채택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호주 호바트에서 열린 제45차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연례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국제규범 2건이 채택되고 남극해 ‘88.3 해구’에서 이빨고기 조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4일 밝혔다.
88.3 해구는 남극반도 서쪽 벨링스하우젠해와 아문센해 일대에 있는 해역이다. 이곳은 이빨고기 자원에 관한 과학적 자료가 부족해 1998년부터 조업이 금지됐다.
해수부 국립수산과학원과 국내 원양업계는 2016년부터 이 해역에서 이빨고기 자원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10년간 축적한 조사 결과가 이번 회의에서 조업 재개의 근거로 활용됐다. 이에 따라 우리 어선이 해당 해역에서 이빨고기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남극해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국제규범 마련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이번 회의에 제출된 규범 제안은 모두 17건으로, 이 가운데 3건만 채택됐다. 한국이 제안한 2건이 포함됐다. CCAMLR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안건을 채택한다.
첫 번째 규범은 남극해에서 사용이 금지된 자망으로 잡은 이빨고기의 국제 유통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자망은 바다에 그물을 장막처럼 설치해 물고기가 걸리도록 하는 어구다. 다른 해양생물까지 함께 잡힐 우려가 있어 남극해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번 규범 채택으로 2030년부터는 자망으로 잡은 이빨고기를 포획 장소와 관계없이 국제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남극해 밖에서 자망으로 잡았더라도 같은 제한을 받는다.
두 번째는 남극해 어선의 폭죽과 폭발물 사용을 금지하는 규범이다. 남극 생물과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조난 신호 등 안전상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한다.
CCAMLR은 남극해 생물자원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1982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한국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27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기구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수부 김정례 사무관이 CCAMLR 총회 부의장과 크릴 관리 논의 소그룹 의장을, 국립수산과학원 정상덕 연구사가 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이번 성과는 정부와 원양 업계가 10년간 함께 쌓아온 과학 조사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남극 바다를 지키고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adastr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