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는 10개월 심사 끝 무산…TPG는 3개월 만 거래 종결
TPG 에쿼티 중심 자금조달…KB증권 등 주선
기업결합 변수 최소화…1.3조 경영권 인수 완료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가 롯데렌탈 인수 과정에서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일부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권 지분 인수부터 향후 잔여 지분 공개매수까지 이어지는 전체 거래에서 자기자본(에쿼티)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되, 외부 차입을 병행하는 구조다.
TPG는 인수금융 의존도를 낮춰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기업결합 심사와 거래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선제적으로 관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인수가 무산되며 약 2년간 표류했던 롯데렌탈 매각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약 3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공정위 심사 10개월 vs 3주…기업결합 위험이 성패 갈랐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와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 롯데렌탈 인수대금 납입과 주식 이전을 완료했다. TPG는 특수목적법인(SPC) 렉시콘코리아홀드코를 통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61.17%를 약 1조3105억원에 인수했다.
롯데그룹은 2024년 12월 어피니티를 우협으로 선정하고 이듬해 3월 SPA를 체결했다. 어피니티는 당시 롯데그룹 보유 지분 56.2%에 대해 주당 7만7115원, 총 1조5728억원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했다. 당시 롯데렌탈 주가(2만9000원)의 2.6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약 160% 반영된 수준이다. 어피니티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MBK파트너스 등 경쟁 후보를 제치고 우협 지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공정위는 약 10개월이 넘는 기업결합 심사 끝에 올해 1월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어피니티가 고배를 마신 가장 큰 이유는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이 SK렌터카와의 경쟁 우려였다. 어피니티는 지난 2024년 8월 렌터카 시장 2위 업체인 SK렌터카를 인수했다. 1위 업체인 롯데렌탈까지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오히려 기업결합 심사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공정위는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동일한 지배 아래 놓일 경우 경쟁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양사가 결합할 경우 2024년 말 기준 장기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38.3%, 단기 렌터카 시장은 내륙과 제주 각각 29.3%, 21.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탈과 SK렌터카를 제외하면 영세 사업자가 나머지를 차지하는 구조다. 양사 합산 점유율이 50%에 미치지 않아도 실질적인 경쟁 제한 효과가 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물색하면서 거래종결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뒀다. 롯데렌탈 매각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방안 중 하나였다. 예상치 못한 기업결합 심사 장기화로 매각이 지연되면서 신속한 거래 종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재매각 과정에서는 TPG와 한국앤컴퍼니가 경합했다. 양사 모두 강한 인수 의지를 보였지만 상장사인 한국앤컴퍼니가 의사 결정 과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변수였다. TPG는 빠른 의사결정과 자금 집행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승기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TPG는 국내 렌터카 시장에 경쟁 사업자를 보유하고 있지않아 기업결합 심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공정위는 TPG의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와 롯데렌탈의 차량 대여 사업 간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신속하게 거래를 허가했다. TPG는 지난 8월 11일 SPA를 체결한지 약 3주만인 9월께 공정위의 승인을 받았다.
가격 낮아도 거래구조 단순…인수금융 최소화
TPG와 어피니티는 거래구조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TPG는 롯데그룹이 보유한 구주 전량을 인수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택했다. 반면 어피니티는 롯데그룹이 보유한 지분 일부(56.2%)를 약 1조5729억원에 인수하고, 별도로 2119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 어피니티의 지분율은 약 63.5%로 높아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신주 발행을 둘러싸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불거졌다. 롯데그룹이 매각하는 구주 가격은 주당 7만7115원이었지만, 어피니티가 인수할 신주 발행가격은 주당 2만9180원에 불과했다. 경영권 지분을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대주주와 달리 일반주주들은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까지 감수해야 하는 구조였다.
특히 지난해 7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을 지적하는 움직임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행동주의펀드 VIP자산운용은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하는 등 공개적인 주주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TPG는 별도의 유상증자 없이 롯데그룹 보유 구주 전량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당 가격은 5만9000원으로 어피니티가 제시한 구주 인수가격 대비 낮은 수준이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매각 지분이 약 5% 늘었음에도 매각대금은 종전보다 약 2600억원 감소했다. 대신 TPG는 신주 발행을 제외하면서 추가적인 주주 갈등이나 절차적 불확실성을 줄였다. 롯데그룹도 보유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해 잔여 지분 처리에 대한 부담을 해소했다.
자금조달 방식도 차별화했다. TPG는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경영권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향후 잔여 지분 공개매수까지 포함한 전체 거래에서 자기자본(에쿼티)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일부 인수금융을 병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TPG는 경영권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롯데렌탈 잔여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확보한 지분 61.17% 외에 일반주주 등이 보유한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KB증권 등을 인수금융 주선사로 선정하고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공개매수 가격과 규모, 일정 등 구체적인 조건이 확정되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와 약정 체결, 대출 실행 등 자금조달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인수금융 조달이 지연되거나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매각대금 지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췄는데 매도자인 롯데그룹이 거래종결 가능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고 짚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