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개발·동아ST 판매…국산 41호 신약 건보 급여 적용 공식 출시

약물 난치성 환자 대상 ‘완전 발작 소실’ 입증…아시아 3상 최대 52.4% 달성

미 FDA 승인 후 美 매출 2000억 육박…해외 직구 대신 국내 처방 혜택 열려

뇌전증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동아에스티 제공]
뇌전증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동아에스티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SK바이오팜이 신약개발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동아에스티가 국내 판권을 보유한 뇌전증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마침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아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됐다.

동아에스티는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발작 부가요법 치료제인 ‘엑스코프리정’을 국내 출시했다고 2일 밝혔다.

엑스코프리는 지난 2025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41호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와 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을 거쳐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정식 등재됐다.

이번 국내 출시는 치료 대안이 부족해 일상적인 고통을 겪어온 국내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로 인해 경련과 의식 상실, 감각 이상, 자동증 등 예측 불가능한 발작이 반복되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약 36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30%는 기존 항뇌전증약을 충분히 복용해도 발작이 지속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다.

발작은 낙상, 골절, 화상 등 심각한 신체 손상은 물론 운전과 학업, 경제활동 등 사회생활 전반을 가로막아 환자 삶의 질을 극도로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뇌전증 치료에서는 단순히 발작 횟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 일상생활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완전 발작 소실(Seizure Freedom)’이 핵심 치료 목표로 꼽혀왔다.

하지만 기존 3세대 뇌전증 치료제들은 임상시험에서 완전 발작 소실률이 전반적으로 낮아 발작이 지속되는 난치성 환자 치료에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정작 이를 극복할 압도적인 효능의 혁신 신약이 국내 바이오 기업의 손에서 탄생해 해외 무대를 먼저 휩쓸었음에도, 국내 환자들은 제도적 장벽 탓에 안방에서 약을 구하지 못하고 기형적인 해외 역수입에 매달리는 역설적인 처지에 놓여 있었다.

실제로 그간 국내 뇌전증 환자들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엑스코프리의 유럽 제품명인 ‘온토즈리’를 자비로 구매 대행해 복용해왔다. 신청 후 제품 수령까지 6~8주가 걸리는 데다, 비급여 약값과 해외 운송료 등을 포함해 연간 약 300만원(월평균 약 25만원)을 전액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이번 엑스코프리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와 공식 출시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은 물론 처방 접근성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과 국내 의료진이 엑스코프리에 주목한 핵심 배경은 기존 약물을 뛰어넘는 임상적 유효성이다. 엑스코프리는 나트륨 채널의 지속성 전류를 억제하고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의 작용을 촉진하는 이중 기전의 3세대 치료제다. 1일 1회 복용하며 환자 상태에 맞춰 용량을 단계적으로 증량한다.

FDA 허가 근거가 된 글로벌 다국가 임상시험(Study 017)에서 기존 항발작제로 조절되지 않는 성인 국소발작 환자 437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세노바메이트 200㎎군과 400㎎군의 발작 빈도는 기저치 대비 각각 약 55% 감소했다. 특히 12주 유지기간 동안 발작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완전 발작 소실’ 달성률은 200㎎군 11%, 400㎎군 21%로 위약군(1%)을 크게 앞질렀다.

한국·중국·일본의 성인 국소발작 환자 519명이 참여한 아시아 임상 3상(Study 035)에서도 독보적인 발작 억제 효과가 재확인됐다. 6주 유지기간 동안 완전 발작 소실을 달성한 환자 비율은 200㎎군 30.1%, 400㎎군 52.4%에 달해 위약군(2.6%) 대비 압도적인 치료 반응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도 이미 검증됐다. 지난 2019년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현지 뇌전증 처방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연간 약 46조원 규모의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도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도 이미 입증됐다. 2019년 미 FDA 승인을 획득한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현지 뇌전증 처방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 시장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45.6% 급증한 224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상반기 누적 미국 매출만 4221억원을 돌파했다. SK바이오팜의 2분기 역대 최고 영업이익(971억원)을 견인하는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24년 1월 SK바이오팜과 엑스코프리의 한국 및 동·서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튀르키예 등 30개국에 대한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는 SK바이오팜으로부터 완제의약품(DP)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해당 30개국에서의 완제의약품 생산 및 품목허가, 판매를 총괄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뒤흔든 K-신약이 완제의약품 생산 및 상용화 역량을 갖춘 전통 대형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환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엑스코프리가 기존 치료제로 조절이 어려웠던 국내 뇌전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이 발작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제약을 벗어나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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