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이 1153억달러로 올해 누적액은 9300억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1월 중 1조달러 달성이 확실시 된다고 했다. 전망대로라면 미국, 중국, 독일에 이은 세계 4번째의 위업이다. 1977년 100억달러를 달성한 이래 18년만인 1995년 1000억달러를 돌파한 한국 수출은 다시 31년만에 10배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비중만 40%가 넘는다. 에너지·원유 주력 수출국를 제외하고 주요국 중 단일 제조업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이 정도로 높은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고, 이는 지속가능성과 내수·고용·가계소득으로의 확산에 있어서 구조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수출은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수요가 폭증한 올해 연거푸 신기록을 작성해 갔다. 월간 역대 수출 1~3위 기록이 모두 올해 (9월 1211억달러, 10월 1153억달러, 6월 1020억달러) 쓰여졌다. 지난해 7000억달러를 처음 돌파(7093억달러)한 연간 누적 기록도 8000억, 9000억달러의 벽을 차례로 허물었다. 반도체 쏠림은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1~4월 30%대였으나 5월 이후 40%대로 높아졌다. 최근 3개월 간은 47.4%(8월)→49.8%(9월)→49.0%(10월)로 절반에 근접했다. 연간으로도 지난해엔 반도체 비중이 24.4%였으나 올해 1~10월 누적 기준 42.0%다.

수출 100억달러시대엔 저임금 기반의 노동 집약 산업인 섬유·의류·신발이 전체의 30~40%를 차지하고 여기에 가전조립, 합판·가발 등을 더한 경공업 비중이 70% 이상이었다. 1000억달러 시대엔 전자·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수출과 산업 구조가 완전히 재편됐다. 이 때 반도체가 주력품목으로 처음 떠올라 전체의 14% 이상이 됐고, 1조달러 시대에는 수출의 무려 절반을 책임지게 됐다. 단일 품목에 대한 극단적인 의존과 자본·기술 집약적 산업으로의 극적인 재편으로 말미암아 수출 증대가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내수·고용·가계소득 확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수출 1조달러 달성은 우리 경제의 기념비적 성과지만, 성장의 지속과 확산 없이는 한 번의 불꽃놀이로 스러져갈 수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투자·수익성의 불확실로 당장 2~3년 후의 반도체 수요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은가. 세계 4강의 수출대국 입지를 지키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반도체 기술 초격차의 유지, 주력 성장 업종의 다변화, AI 전환과 노동개혁에 기반한 산업 전부문의 생산성 혁신 등 계획과 실행을 한 치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 잠시의 여유와 방심도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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