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폐지·공소청 출범 한 달…현장 실무 혼선은 계속

추가 증거 어디에 내나…“사건 당사자만 미칠 노릇”

서울 서초구 공소청. [연합]
서울 서초구 공소청.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검찰청 폐지와 함께 공소청이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일선 검사들이 겪는 실무상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검사가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이나 자료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간단한 증거 확보에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사건 처리 지연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송치 이후 사건관계인이 공소청에 직접 추가 증거를 제출하려는 경우에도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놓고 일선에서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안미현 대전지방공소청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2일 자신의 SNS에 ‘5분이 15일이 되는 매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사건 처리 과정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안 검사는 최근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가 범행 당시 일몰 여부를 확인할 자료가 없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례를 소개했다. 과거에는 검사가 직접 검색해 5분이면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지만, 이제는 검사가 확보한 자료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안 검사는 “(범행 시각이) 일몰 후라는 것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으면 야간주거침입절도가 아니라 절도죄와 주거침입죄의 경합범이 돼야 하는데, 전자는 후자와 달리 벌금형이 없다”며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안 검사는 아울러 경찰이 보완수사 결과에 대한 협의요청서를 보내면 검사는 7일 이내 의견제시서를 회신하고, 경찰이 다시 이행결과를 통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의) 검사는 10월 30일 의견제시서를 경찰에 보냈다고 하니 다음주에 이행결과통보를 받게 될 것”이라며 “5분이면 될 일이 15일이 되는 마법이 펼쳐졌다”고 지적했다.

공소청 출범을 하루 앞둔 10월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검찰 깃발을 내리고 있다. [연합]
공소청 출범을 하루 앞둔 10월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검찰 깃발을 내리고 있다. [연합]

지난달 2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 재수사요구 여부의 결정 및 공소유지가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나 사건관계인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는 사실관계 확인 및 고소인 등의 면담을 통해 취득한 진술·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된 데다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확보한 부분까지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일선에서는 송치 이후 사건관계인이 제출하는 자료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가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8일 공소청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사건관계인들이 서류 접수를 원할 경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의 관계인이 검사실에 직접 서류를 제출하려 할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에서는 여러 검사가 댓글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실무상 처리 방식을 논의했다.

일부 검사들은 증거능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피하려면 사건관계인에게 경찰에 자료를 제출하도록 안내하고, 경찰을 통해 해당 자료를 넘겨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다른 검사들은 개정 형소법이 검사에게 직접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라며, 자발적으로 제출된 자료를 접수하는 것과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자료를 취득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현장에서 이런 문제는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 공소청의 형사부 소속 검사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경찰에 자료를 내겠다고 찾아갔지만 ‘이미 송치한 사건이라 못 받는다’는 대답을 들었고, 이후 검사실을 찾아가서는 ‘여기서 접수하게 되면 증거로 쓸 수 없다’ 얘기를 들었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검사가 공소제기, 공소유지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가 않아 혼란이 있다”고 했다. 다른 검사는 “이 부분은 지침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며 “사건관계인이 찾아오면 ‘자료를 주시면 받을 순 있지만 현행법에 의해 증거로는 사용 못 합니다’라고 말하는 수밖에는 없을 듯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사자만 미칠 노릇인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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