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 대가의 첫 에세이 ‘기본에 대하여’

후덕죽 셰프가 2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본에 대하여’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후덕죽 셰프가 2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본에 대하여’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속도는 효율을 높여주지만 기본을 대신하진 않는다. 오히려 변화가 빠를수록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탄탄한 기초가 더욱 중요해진다. … 빠르게 앞서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다.”

60년 가까이 주방을 지켜온 한국 중식계의 대가 후덕죽(77) 셰프가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철학을 담은 첫 에세이 ‘기본에 대하여’(문학동네)를 펴냈다. 평생 요리사로 살아온 그는 화려한 기술이나 성공의 비결보다 ‘기본’의 힘을 강조한다.

그는 1968년 요리사의 길에 들어선 뒤 현재까지 주방을 지키고 있다. 막내 요리사에서 출발해 총괄 셰프로, 3급 사원에서 최초의 요리사 출신 대기업 임원으로 성장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동시에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장해온 시간이었다.

책은 저자가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되짚는다.

그는 평생 ‘근성’, ‘방향성’, ‘호기심’, ‘사람’이라는 네 가치 가치를 지켜 왔다.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버티는 힘,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지키는 기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그가 말하는 기본이다.

특히 요리사이자 조직의 리더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요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이해하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편다. “책임감을 가지고 한 일은 고스란히 각 실무자에게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직원들에게는 어디까지나 책임‘감’만이다. ‘책임’은 리더인 내가 지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조직이 성장하려면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 보여준다.

후덕죽이 지금도 주방을 떠나지 않는 이유 역시 ‘사람’에 있다. 자신이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다음 세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또 다른 목표다. 그는 “경력이 많아서 혹은 유명하다고 해서 선배가 아니다. 선배라는 권위는 후배가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여전히 선배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겸허하게 말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태도를 잃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익숙한 방식만 고집하기보다 낯선 방식에도 도전해야 후배들과 나란히 살아갈 수 있다고 여긴다. 오랜 경력에 안주하지 않는 호기심은 그를 지금까지 현장에 머물게 한 또 하나의 원동력인 셈이다.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2’에 출연했을 때에도 화려한 이력뿐 아니라,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여유와 후배 요리사들을 대하는 태도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국 필요한 것은 시간을 견디며 계속해나가는 것뿐이다.”

오랜 세월 묵묵히 한길을 걸어 온 노장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특별한 비법보다 매일의 성실함이, 혼자만의 성취보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직장인에게 선배의 따뜻한 조언을 건네는 책이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