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부정적, 비판적 의견이나 감정 나타낸 것에 불과”
“인간 말종 쓰레기” 다른 명예훼손 혐의는 공소기각
피해자가 민사소송서 고소취하·처벌불원 의사 밝혀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호텔 운영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투자자에 대해 “회사에 폐만 끼치고 돈만 빼먹었다”고 말해 투자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은 호텔 운영사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해당 발언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말한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1단독 오소현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호텔 운영사 대표 A씨에게 지난 19일 무죄를 선고했다. 또 다른 명예훼손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해 공소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검사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27일자로 확정됐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호텔 관리단과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하고 호텔을 운영하던 중 외부 투자자로 참여했던 B씨와 갈등이 생겼다. B씨는 호텔과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외부 투자자로서 부대표직을 맡았던 인물이다.
A씨는 2024년 1월 호텔 관리단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B씨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호텔 투자에 관심을 보이다가 이후 호텔 측과 법적 분쟁을 벌이던 관리단에 조력한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당시 A씨는 통화에서 B씨에 대해 “투자자를 하겠다고 그 핑계를 대고 끼어들어 와 가지고 회사에 폐만 끼치고 돈만 빼먹고 그냥 엉뚱한 짓을 해가지고 빠져나가는 거야”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발언이 B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지난해 5월 A씨를 약식기소했다. 이후 A씨가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같은 해 11월 정식으로 공판이 시작됐다. 약식기소는 비교적 혐의가 가벼운 사안에 대해, 공소청(옛 검찰)이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달라고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절차다. 별도의 공판이 열리지 않고 법원이 제출된 서류만으로 결론을 낸다. 법원이 약식절차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거나, 본인이나 공소청이 약식명령에 불복할 경우 정식 재판이 열릴 수 있다.
법원은 A씨의 발언이 명예훼손죄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 판사는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명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과거 또는 현재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어떤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표명인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해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판사는 “전화 통화 도중 호텔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다가 하소연을 하면서 발언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발언은 B씨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띤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고, 단지 A씨가 B씨에 대한 부정적, 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또 다른 호텔 관리단 관계자인 C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A씨는 2023년 11월 B씨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호텔 전 관리단의 관리위원 의장을 지냈던 C씨를 지칭하고 “인간 말종이고 쓰레기”라며 “저런 놈하고 같이 소유자로 있는 게 창피스럽고 남부끄럽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당시 C씨가 호텔 운영 관련 정보를 누설하고 다른 구분소유자들에게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해 적대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공소를 기각했다. C씨가 A씨의 회사와 진행한 민사소송 조정 과정에서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난해 6월 제출된 민사소송 조정조서에 C씨의 고소취소 및 처벌불원 의사가 기재돼 있고, 해당 조정조서의 제출도 C씨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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