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청년, 주거권 시위 확산…임대 규제 등 요구

스페인 주택 임대료, 청년 월급 대비 98.7%

글로벌 자본, 한국 임대시장 투자 확대

전문가 “비아파트 공급 부족 장기화 우려”

14일 스페인 세비야의 대표 관광명소 메트로폴 파라솔에 시위대가 설치한 텐트 모습. “당신의 에어비앤비는 원래 내 집이었다”고 쓰인 팻말이 내걸렸다. 윤성현 기자
14일 스페인 세비야의 대표 관광명소 메트로폴 파라솔에 시위대가 설치한 텐트 모습. “당신의 에어비앤비는 원래 내 집이었다”고 쓰인 팻말이 내걸렸다. 윤성현 기자

“당신의 에어비앤비는 원래 내 집이었다” (Tu Airbnb Era Mi Casa)

[헤럴드경제(세비야·포르투)=윤성현 기자] 지난 15일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의 대표 관광명소 메트로폴 파라솔(라스 세타스) 일대에는 주거비 상승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텐트 농성이 한창이었다. 텐트 곳곳에는 “우리의 월급은 그들의 돈벌이, 우리의 삶은 그들의 이익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다. 이들은 관광객을 위한 단기숙박시설 확대와 부동산 투기가 주거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투의 돔 주앙 1세 광장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열렸다. 현장에는 “더 이상의 투기는 안 된다”, “포르투는 테마파크가 아니다” 등의 구호가 내걸렸다. 세계적인 유럽 관광지들이 어쩌다 청년들의 주거권 투쟁 현장으로 바뀐것일까.

스페인·포르투갈 곳곳 청년들 길거리로…배경엔 높은 임대료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세비야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텐트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메트로폴 파라솔 일대에 설치된 텐트는 약 200개에 달했다. 이들은 임대료 규제와 강제퇴거 제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거용 주택의 관광숙박시설 전환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도 지난 10일 포르투 돔 주앙 1세 광장에서 시작된 텐트 농성이 수도 리스본으로 확산했다. 시위대는 임대료 상한제 도입과 공공주택 공급 확대, 부동산 투자펀드의 주택 매입 제한 등을 요구했다. 지난 20일 경찰이 포르투와 리스본의 농성장 철거에 나서면서 리스본에서는 시위 참가자 55명이 체포됐다가 석방되기도 했다.

청년들이 길거리로 나가게 된 배경에는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비가 자리 잡고 있다. 스페인 청년위원회(CJE)가 지난 5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의 평균 주택 임대료는 월 1176유로로 청년 월평균 순급여인 1191유로의 98.7%에 달했다. 청년이 평균적인 임대주택을 혼자 임차할 경우 월급 대부분을 임대료로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대료 부담은 최근 수년간 확대됐다. 2023년 말 월 968유로였던 평균 주택 임대료는 지난해 1176유로로 2년 새 2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청년 월급 대비 임대료 비율도 92.1%에서 98.7%로 높아졌다. 부모와 떨어져 거주하는 16~29세 청년 비율은 2015년 22.1%에서 지난해 14.5%까지 떨어져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주거비 상승은 유럽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EU 주택 매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임대료는 3.0% 상승했다. 특히 포르투갈의 주택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16.5% 올라 집계 가능한 EU 2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스페인 역시 12.1% 상승해 EU 평균의 약 2.6배에 달했다.

방 한 칸에 연 850만원…서울 대학가도 커지는 월세 부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현상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지난 7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을 분석한 결과 보증금 1000만원,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62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58만1000원보다 7.7% 상승한 금액이다.

관리비 상승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평균 관리비는 7만5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10.9% 올랐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친 월평균 주거비는 70만9000원으로 전년 동월(65만6000원)보다 8.0% 상승했다. 이를 12개월로 환산하면 연간 주거비만 850만8000원에 달한다.

대학별로는 이화여대 인근 원룸의 월세와 관리비 합계가 평균 8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연세대 인근은 75만8000원, 한국외대 인근은 75만5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대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지난해 7월 42만3000원에서 올해 7월 53만3000원으로 26.0% 뛰었다.

서울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9.9%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4.1%보다 5.8%포인트 높아졌다. 전세사기 우려에 따른 비아파트 전세 기피와 임대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밤 포르투 돔 주앙 1세 광장에서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더 이상의 투기는 안 된다”, “포르투는 테마파크가 아니다” 등의 구호가 내걸렸다.  윤성현 기자
16일 밤 포르투 돔 주앙 1세 광장에서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더 이상의 투기는 안 된다”, “포르투는 테마파크가 아니다” 등의 구호가 내걸렸다. 윤성현 기자

글로벌 자본 몰리는 임대주택…청년 주거비 부담 커질까

최근 국내에서도 해외 투자자본의 임대주택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 시장이 재편되면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거용 부동산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홍콩계 위브리빙 등이 국내 코리빙(공유주거)·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리빙은 독립된 주거공간에 주방과 라운지 등 공용시설을 결합한 임대주택이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코리빙 주택은 총 7377실로 마포구(1055실), 동대문구(974실), 금천구(840실) 순으로 많았다. 서울 코리빙 투자 규모는 2024년 1970억원에서 지난해 3850억원으로 늘었고, 전용면적 ㎡당 평균 월 임대료도 2023년 1분기 4만8000원에서 올해 1분기 6만4000원으로 약 33% 상승했다.

유럽에서 관광숙박시설 확대와 부동산 투기가 주거비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수익성 중심의 임대주택 투자가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가 임대주택 공급이 늘면서 주변 월세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가와 주요 업무지구처럼 청년층의 주거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고소득 직장인이나 외국인 등 상대적으로 임대료 지불 여력이 높은 수요층을 겨냥한 주거상품이 늘어나면서 일반 청년 세입자들의 주거 선택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비아파트와 원룸 등의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임대인 우위의 시장 구조가 고착화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외국인 수요를 중심으로 월세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며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저렴한 비아파트 주택의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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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0.16%)보다 상승률이 줄었지만, 89주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3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에서 아파트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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