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지구 마지막 주자, 내년 2월 이주
인근 단지 전세 7월 11.55억→14.5억
분담금·이자 부담 매물 나와도 거래 ‘뚝’
“전세 매물도 없고 값도 너무 올라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거리에 나앉겠다’는 말까지 나와요. 이주비 대출로 6억원을 받아도 이 근처에 그 돈으로 갈 만한 아파트 전세는 없습니다.”
[헤럴드경제=윤승현·홍승희 기자] 지난 20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일대에서는 내년 초 이주를 앞둔 주민들의 걱정이 컸다.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며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당장 살 집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다. 인근 아파트 전세 매물이 부족해지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자 주민들은 지역을 옮기거나 다세대주택을 알아보고 있다.
재건축 ‘9부 능선’ 넘었지만 전세난에 이주 고민
이날 단지 외벽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삿짐을 실어 나르는 트럭도 눈에 띄었다. 각각 1060가구, 900가구로 구성된 개포주공 6·7단지는 강남권 대표 재건축 지역인 개포지구의 마지막 주자다. 2021년 1월 조합설립인가, 2024년 11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거쳐 지난 8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조합원별 분양 대상과 권리가액, 분담금 등을 정하는 절차로 정비사업의 ‘9부 능선’이라 불린다. 6·7단지는 내년 2월 이주를 시작해 2028년 착공, 2032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최고 35층, 21개동, 2698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르베르’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오히려 어두웠다. 인근 공인중개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기본 이주비로 약 6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지만, 인근 아파트 전세가격은 이를 크게 웃돈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오늘도 여러 주민이 찾아와 한탄하다 돌아갔다”며 “한 주민은 2~3개월 전 미리 봐 둔 8억5000만원 구축 아파트 매물이 어느새 10억원을 넘어 외곽으로 빠져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매물은 줄고 가격은 급등…“전세보증금으로는 못 구해”
실제 인근 단지 전셋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59㎡(이하 전용면적)는 올해 7월 22일 신규 전세 계약이 11억5500만원에 체결됐으나, 지난 15일에는 14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B 대표는 “디에이치아너힐즈의 경우 20~30평대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고 귀띔했다.
이에 주민들은 이주 범위를 넓히거나 평형·주택 유형을 바꾸고 있다.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단골 주민들에게 송파구 가락금호아파트,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까치마을아파트 등 구축 소형 단지를 추천해 줬다”며 “그것마저 부담스러운 주민은 다세대주택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현재 단지 내 전세보증금은 평형에 따라 3억원대 초반부터 6억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데, 같은 금액으로 인근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소유주들은 이주비에 본인 자금을 보태 인근에 자리 잡을 수 있지만, 세입자들은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며 “위례·성남 쪽으로 전학을 가는 아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분담금·이자 부담에 매물 내놔도 시장은 관망세
늘어난 비용도 주민들의 걱정거리였다. 특히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고령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 이자와 늘어난 분담금에 고민이 깊어졌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처음 재건축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같은 평형으로 가면 1억원 이상 환급이라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2억원 넘게 분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에 끝까지 가지고 가려던 몇몇 집주인도 매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원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짙다. 강남권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 부담이 여전한 데다, 실제 입주까지 6년 이상 남아 있어 매수자들이 선뜻 거액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매매가격은 올해 초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개포주공 7단지 83㎡는 지난 1월 14일 40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26일에는 34억원에 거래됐다. 6단지 역시 지난 1월 24일 37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73㎡가 지난달 22일 32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는 일부 집주인들이 양도소득세 부담 증가분을 호가에 반영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전후로 (83㎡ 기준) 양도세가 3억원 정도 늘어난다고 보는데, 몇몇 집주인은 그 값을 얹어 호가를 조정했다”며 “9월까지만 해도 훨씬 저렴하게 나가던 집이 갑자기 비싸지니 시장이 멈췄다”고 전했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입주가 가까워지면 가격이 회복될 수 있겠지만, 당장은 매수자가 없어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 속 대규모 이주가 기존 세입자 밀어내기 등 연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강남에서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지만 아파트 전세 물량이 없어 인근 빌라(연립·다세대주택) 가격이 뛸 것 같다”며 “기존 빌라 거주민들이 밀려나고 월세화가 심화해 300만원, 400만원 월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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