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이상동기 범죄 3건 중 1건은 ‘살인·살인미수’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인천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흉기 난동을 벌인 최충락(59) 사건을 계기로 ‘묻지마 범죄’ 대응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묻지마 범죄 다수가 살인이나 살인미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충락은 지난 13일 오후 2시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상가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흉기를 휘둘러 10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16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범죄의 잔인성과 중대한 피해,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19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분류가 시작된 지난 2023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는 총 146건이다. 이 가운데 살인은 15건, 살인미수는 34건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나머지 61건은 상해, 36건은 폭행으로 집계됐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2~5시가 42건(2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오후 11시~오전 2시 23건(15%), 오전 10시~오후 1시 21건(14%), 오전 3~5시 16건(11%) 순이었다. 오후 6~10시와 오전 6~9시는 각각 13건(8%)이었다.
범행도구를 사용한 사건은 85건(58%)이었다. 이 가운데 칼 등 날카로운 흉기를 사용한 사건이 59건으로, 도구 사용 사건의 69%를 차지했다.
피의자 연령대별로는 30대가 34명(23%)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32명(21%), 40대 28명(19%), 20대 24명(16%) 순이었다. 1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14명(9%)이었다.
“경찰 대응만으론 한계…재범 위험 적극 반영해야”
일선 경찰들 가운데에서는 이상동기 범죄의 개념이 비교적 최근 정립된 만큼 수사당국과 법원의 판단도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법부의 미온적 판단으로 거리에 풀려난 가해자에 의해 참변이 일어나면, 그 뒷수습은 경찰이 하게 된다”며 “재범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이고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순찰 강화 등 만으로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경찰뿐 아닌 관련 부처의 유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최충락은 과거 흉기 범행으로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아 착용 중이었던 만큼 이번 흉기 난동을 사전에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은 범행 한 달여 전 병원 앞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시위를 벌인 최충락을 공공장소 흉기소지 혐의로 조사했다. 전과와 전자발찌 착용 사실을 확인해 보호관찰소에 입건 사실을 통보했지만 법무부는 관리 등급 상향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도 흉기를 보관했다가 돌려줬으며 신병 확보에는 나서지 않았다.
최충락의 재범 위험성은 과거 재판에서도 인정된 바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된 인천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015년 최충락이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전자장치 부착을 청구했고, 법원도 이를 인용했다. 당시 최충락은 전 배우자가 재결합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흉기로 여러 차례 공격해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최충락의 정신치료를 담당한 의사가 그의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KORAS-G)’를 진행한 결과 재범 위험성을 ‘높음’ 수준으로 평가한 점에 주목했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기준을 적용한 평가에서도 재범 위험성은 ‘중간’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신장애가 있는 범죄자에게 재범 위험성과 특수한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내려지는 치료감호 처분은 별도로 청구되지 않았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 예방을 위한 정책은 감독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전체 정신질환으로 따지면 범죄율은 0.7~0.8% 사이로 비질환자의 1/6~1/8 수준으로 오히려 낮다”면서도 “정신장애 범죄자의 재범률은 65~67%로 높아 일부 위험군에 대한 적극적 관리는 필요하며 이상동기범죄 대책에 포함되는 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감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제공하고 정신상태 평가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충락의 정신질환 이력이 이번 범행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 분석을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유사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을 집중하고 있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종로구 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력사건 특성상 모방·유사범죄가 나올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분위기를 제압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이 경찰관들을 많이 보고 안심할 수 있도록 다중운집시설 등에 대해 가시적인 경찰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사건이 발생한 당일 현장을 찾아 “다중 운집하는 시설 등을 중심으로 가용 경력을 총집중하고 가시적 순찰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와 모방범죄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ar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