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하는 미국(콜린 우다드 지음·김주헌 옮김, 글항아리)=2021년 1월 자유민주주의의 심장과 같은 곳인 미국 국회의사당이 폭도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자 그의 열혈 지지자들이 차기 연방 대통령의 인준을 막기 위해 의회로 쳐들어간 것. 바로 진압되긴 했지만, 이 사건은 미국의 분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하나의 국가(One Nation)’로 보이는 미국이 사실은 9개의 주요 문화권으로 나뉘어 있고, 이를 ‘개인 대 집단’ 혹은 ‘자유주의적 정신 대 공동체주의적 정신’이라는 기준으로 다시 네 진영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역별로 총기 규제, 사회·보건 지출, 이민, 낙태, 기후변화 등 미국 내 핵심 이슈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은 ‘9개의 국민’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각 지역의 문화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평균 수명이나 경제력, 유대감 등 삶의 질 역시 계급과 인종만큼이나 그가 미국 내 어떤 문화권 출신인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테아라로아, 나에게로(나오미 아널드 지음·신정은 옮김, 그림나무)=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가 배낭하나 메고 뉴질랜드의 장거리 도보길 ‘테 아라로아’를 걸었던 여정을 담은 책이다. 테 아라로아는 마오리어로 ‘긴 길’이라는 뜻으로, 뉴질랜드 남섬의 블러프에서 북섬 끝 케이프 레잉가까지 약 3000km의 여정이다. 저자는 이 길을 9개월 동안 사계절을 지나며 걷는다. 저자는 하루에도 수십 킬로미터를 걸으며 진흙과 폭우,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딘다. 자연의 거친 방해보다도 더 힘든 건 외로움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며칠씩 사람 한 명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발이 아파 울고 외로움에 무너지고, 왜 이 길을 걷기로 했는지 후회가 막심하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배낭을 멘다. 하루하루가 그날 같지만, 변화는 천천히 온다. 오랫동안 외면해 온 상처와 기억을 마주하고,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며, 혼자가 돼 비로소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긴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완주라는 성취뿐 아니라 이전과 달라진 자기 자신이었다.
▶한글(영케이·김이나·배시은 등 10인 공저, 민음사)=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가갸날’로 시작한 한글날이 올해 100돌을 맞았다. 세종이 창제한 과학적인 언어 한글은 이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글자가 됐다. 책은 다양한 직업군의 한글 사용자 열 명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낀 순간’의 이야기를 한데 묶었다. 노래하는 사람에게 한글은 바다처럼 깊고, 작사하는 이에게는 무기처럼 강력하다. 활자체 디자이너는 1만1172가지 경우의 글꼴을 그리고, 그래픽 디자이너는 한 글자 한 글자를 더 생생하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한다. 한문학자는 말과 글이 달랐던 조선 시대를 살아남은 한글에 연민을 느끼고, 한글학자는 한글의 운명을 내다본다. 시인은 개념보다 글자를 먼저 생각해 보고, 각국의 사람들이 모인 한국어 수업과 이방인의 글쓰기에서 한글은 대담해진다. 디지털 세계의 한글 더미는 숨은 의미를 창발시킨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은 한글은 앞으로 어떻게 감각되고, 어떤 세계를 포용할지 기대하며 탐색해 본다.
carrier@heraldcorp.com
pin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