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영통 집값 급등에 차익 실현
“격차 줄자 분당·강남 메리트 부각”
자산 늘린 1주택자, 강남권 매수 동력
“동탄 집을 비싸게 판 한 50대가 와서 집을 샀어요. 여기는 고가의 대형 평수가 많아 대출도 잘 안 나오는데, 거래가 좀 됐습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현대아이파크 인근 A 공인중개사)
“광교에서 꾸준히 가격 문의 전화가 오고 있어요. 더 떨어질 거라는 기대심리 아니겠어요?” (대치동 C 공인중개업소 대표)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수원 광교와 화성 동탄 등 경기 남부에서 시작된 반도체 산업발 집값 상승세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탄역 인근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매도한 뒤 분당 등으로 주거지를 ‘갈아타기’ 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에서도 경기 남부 지역 매수자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분위기다. 세금과 보유 비용 부담 등으로 나온 급매물을 활용해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동탄에서 분당, 강남으로 이어지는 유동성 흐름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동탄 집값 급등에 차익 실현한 50대, 분당 대형 평형 매수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아이파크분당 163㎡(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9월 23억90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최고가 24억원(6월·15층)보다는 소폭 떨어진 가격이지만, 직전 거래가인 21억3000만원보다 2억6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분당의 대장으로 불리는 인근 파크뷰 139㎡도 지난 9월 32억원(16층)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가 29억원(6월·10층)보다 3억원 올랐다. 올해 2월 최고가 32억7000만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현장에서는 추석 연휴 전후로 거래가 이어졌다는 전언이 나온다. 특히 동탄에서 집을 팔고 분당으로 넘어오는 중장년층 매수자가 눈에 띈다.
A공인중개사는 “분당에서도 주상복합인 이곳은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다”며 “동탄에서 집을 팔고 온 50대가 실제로 매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임직원은 아니었지만, 동탄역 인근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판 중장년층이 주요 수요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수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젊은 층의 임장도 이어지고 있다. A공인중개사는 “대기업 젊은 부부들도 집을 많이 보지만 가격대가 도저히 안 맞는다”며 “‘22억원까지는 어떻게 해보겠지만 집값이 26억원 이상까지 올라가니 갭을 메꿀 수가 없다’며 집만 보고 계속 고민한다”고 말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매수 시점을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대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젊은 매수자들이 거래를 서두르는 것이다.
같은 지역의 B 공인중개사는 “아이파크분당 172㎡의 실거래가가 25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KB부동산 시세는 아직 23억75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향후 KB시세가 올라 대출 여력이 줄어들기 전에 빨리 계약서를 썼다”고 전했다. 현행 규제상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한 가운데,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한도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되는 데 따른 것이다.
분당의 수요는 이보다 상급지인 서울 강남권으로 이동하거나, 기존 거주자가 주택 규모를 줄여 인근 소형 평형으로 옮기는 등 지역 내외의 주거 이동도 나타나고 있다. B공인중개사는 “분당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이들도 있고, 자녀들이 모두 독립한 뒤 인근의 작은 평형을 찾아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C 공인중개사는 “가벼운 문의가 오고 있지만 아직 매수로는 이어지지 않고 관망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 “반도체발 유동성 유입 지속 여부가 관건”
전문가들은 반도체발(發) 유동성이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와 투자 확대가 주택 수요를 자극하는 데다, 집값 상승으로 자산을 늘린 기존 보유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인근 주택시장에도 추가적인 매수 압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에서도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주(5일 기준) 전국에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수원시 영통구(0.62%)였다. 억대 성과급을 수령하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매수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보다 ‘상급지’로 불리는 분당구 역시 0.56%의 상승세를 기록해 그 다음 순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 전주(9월 28일 기준)에는 화성시 동탄구가 0.47%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기록해 전국 1위를 달렸으며, 성남시 중원구, 수원시 영통구 등이 각각 0.39%, 0.37%씩 올라 나란히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정재훈 단국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동탄 등 주요 거점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상급지와의 가격 격차가 축소되자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분당과 강남이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외곽지 자산 가치 상승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1주택자들이 자녀 교육과 장기적 자산 방어를 위해 상급지로 진입하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갈아타기’를 단행하는 매수자들이 탄탄한 소득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 교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배후 주거지인 동탄 등 경기 남부의 가격 상승세가 상급지로 전이되는 현상은 전통적인 하향식 확산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통상 강남에서 시작된 온기가 외곽으로 퍼지던 과거와 달리, 이번 반도체발 호재는 양질의 고소득 일자리 창출과 실질적인 자산 축적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부권에서 축적된 자본이 경부 라인을 따라 북상하면서 공급 희소성이 높은 강남권 핵심 단지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가격 하방 압력을 지지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동탄 등 주요 거점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상급지와의 가격 격차가 축소되자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분당과 강남이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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