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KB금융 보험 계열사 순익 신한금융 두배
체질개선 및 영업확장 관건, 적기시정조치 해소 주목
334만 롯데손보 가입자 계약·보상은 종전대로 유지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신한금융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확정하면서 금융지주 간 보험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려는 지주들의 비은행 경쟁이 증권·카드에 이어 보험업, 특히 손해보험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JKL파트너스의 투자목적회사 빅튜라가 보유한 롯데손보 보통주 2억3908만여주(지분 77.04%)를 6933억원에 현금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인수 금액은 신한지주 자기자본(2025년 말 연결 기준 60조3723억원)의 1.15% 수준이다. 거래 종결은 금융당국 승인 등 선행조건이 충족된 이후 이뤄진다.
KB·우리 이어 신한까지…‘지주계 보험’ 구도 완성
이번 거래로 금융지주의 보험사 재편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을,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을 인수해 보험 라인업을 갖췄다. 하나금융도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두고 있다. 2024년부터 매각이 추진돼 온 롯데손보는 시장에 남아 있던 사실상 마지막 중형 손보 매물로 꼽혀 왔다.
현재 보험업계는 생명보험에선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빅3’가, 손해보험에선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빅5’가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가운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곳은 KB손보가 유일하다.
신한금융은 생명보험 부문에선 신한라이프를 앞세웠지만, 손해보험은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보가 전부였다. 그룹 내 ‘약한 고리’로 꼽혀 온 이유다. 실제 올 상반기 KB금융 보험 계열사 순이익은 6294억원으로, 신한금융 보험 계열사 합산(2724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리딩금융 경쟁에서 KB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인수 효과가 곧바로 순위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순이익 513억원, 올해 상반기 말 보험계약마진(CSM)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중형사다. 신한EZ손보는 자산 규모가 업계 최하위 수준이라, 두 회사를 합쳐도 단기간에 빅5나 KB손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과거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사례를 가늠자로 꼽는다. 회사 전체를 사들이는 인수는 조직과 영업 기반이 그대로 넘어오는 만큼, 판도 변화는 인수 직후보다 수년에 걸쳐 체질 개선과 영업 확장이 쌓이면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 역시 신한이 손보 시장에서 KB와 본격적으로 겨룰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고, 실제 경쟁 구도는 통합 이후 영업 성과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자본 확충…적기시정조치 해소 기대
보험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롯데손보의 건전성 정상화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11월 적기시정조치 1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데 이어, 올해 3월 한 단계 높은 경영개선요구를 부과받았다. 5월 경영개선계획이 조건부 승인되면서 추가 격상은 피했다.
실적과 건전성 지표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롯데손보는 올 2분기 영업이익 31억원, 순이익 13억원을 거두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급여력(K-ICS)비율도 161.9%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130%)을 웃돌았다. 보험사 손실흡수능력의 핵심인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5.4%로 직전 분기보다 16%포인트 개선됐다.
그러나 기본자본비율은 여전히 마이너스이고, 자본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다. 공시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자본총계는 2023년 1조3017억원에서 2024년 7942억원, 2025년 6135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산총계는 14조원대를 유지했다.
신한금융은 완전자회사 편입 후 추가 자본을 투입해 내년부터 도입되는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손보 내부에서도 새 대주주의 자본 확충을 계기로 적기시정조치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적기시정조치 해제는 금융당국이 판단할 사안인 만큼, 신한과 당국 간 증자 규모·시기 협의가 정상화 속도를 가를 전망이다.
가입자 계약·보상 그대로…연계 혜택은 통합 이후 논의
약 334만명에 이르는 롯데손보 가입자에게 당장 달라지는 점은 없다. 이번 거래는 대주주만 바뀌는 지분 인수여서 기존 보험계약의 내용과 보험료, 보험금 지급 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가입자가 계약을 다시 맺거나 별도 서류를 낼 필요도 없다. 대주주 변경 기간에 사고가 나더라도 보상 절차는 평소와 같이 진행된다. 신한금융도 통합 과정에서 기존 계약과 고객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신한 계열사와 연계한 할인이나 포인트 같은 혜택은 통합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에야 구체화될 전망이다. 보험사 간 통합은 전산 시스템과 인사 제도, 상품 체계를 하나로 맞춰야 해 통상 1년 안팎이 걸린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을 신한라이프로 합칠 때도 출범까지 상당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회사 이름과 브랜드, 신한EZ손보와의 통합 방식, 신한은행 방카슈랑스·신한라이프와의 교차판매 등 영업 전략도 거래 종결 이후 순차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본력이 탄탄한 금융지주 계열사가 되면서 회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이 안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사명 변경이나 전산 통합 시기에는 일시적인 안내·절차 변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