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양측 동의, 즉각 발효” 발표
젤렌스키 “처음 듣는 내용” 합의 부인
러, 하르키우 발전소 공격 계속 감행
러시아산 경유 거래 놓고 美·우 갈등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사전에 합의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발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발전소를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공식적인 동의도 확인되지 않아 휴전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 에너지 휴전이 이뤄졌다”며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 모두 동의했다”며 합의를 위반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에너지 휴전은 양국이 상대방의 발전소와 전력망, 정유시설 등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휴전 대상이나 기간, 이행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반응은 달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나로서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러시아가 에너지 휴전에 동의한다면 우크라이나도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도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러시아의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 측의 구체적인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도 밝혔다.
러시아의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에도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의 열병합발전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휴전 합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상대국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우크라이나 발전소와 전력망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고, 수도 키이우 등에서는 정전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며 맞대응했다.
이번 발표는 러시아산 경유 공급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고조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요구해왔다. 지난 9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관련 제재도 일부 완화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두고 “푸틴에게 주는 생일 선물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기회를 거부했다며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앞서 지난해 3월 미국의 중재로 에너지 시설 공격을 30일간 중단하기로 했으나 이후에도 공격을 이어가며 합의 위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4일에도 양측의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합의를 발표했지만 실제 공습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우크라이나가 조건부 휴전 지지 의사를 밝힌 반면 러시아의 공식 동의와 공격 중단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이 실제 전장의 공격 중단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