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 임기 끝나는 내년 6월까지 대치 가능성
靑 “권한쟁의 심판 청구 검토하지 않을 것”
민주, 탄핵카드 만지작…국힘, 방어전 돌입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자에 대한 재제청을 거부하겠다’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추석 연휴를 앞둔 정치권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청와대는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 “(조 대법원장이)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회의 모든 권한 다 활용해서 법적책임을 묻겠다”도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23일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 의사를 밝히자 두 차례 언론 공지를 통해 조 대법원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첫 번째 공지에서 청와대는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며 “대법관 1인당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와대는 제청권과 임명권의 헌법적 관계를 짚으며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윽고 청와대는 두 번째 언론 공지를 내고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식의 대법원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조속히 새로운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정상적인 부서 절차를 거친 전자 문서 공문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공문상 ‘거부’ 표현이 없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거부 의사를 분명히 적시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국민이 대법원장에게 바라는 것이, 사법부 독립이라는 대의 아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여,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이 더 이상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원장은 헌법기관 구성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결단을 요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요청 거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공지를 통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이날 당 공식 유튜브 ‘민주당TV’의 ‘민티07’에 출연해 “(이번 사태에 대해) 국회의 모든 권한 다 활용해서 조사하고 소환하고 질책하고 법적책임을 묻고 시정해 갈 것”이라며 “시대 정신과 상황에 대한 무지와 착각에서 시작된 ‘희대의 난’은 사법 개혁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방어전’에 나섰다. 대통령이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 가운데 일부만 선별해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국회의 임명동의권 행사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은 추미애 지사와 여당 강경파의 뜻에 따라 김지용 후보자 임명을 포기하든, 아니면 강행하든,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강경파 눈치와 임명권자의 자존심 사이에서 비겁하게 우물쭈물하는 동안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원들의 대법관 임명동의안 심의·표결권과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따른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며, 대법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한다”며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근혁·김해솔·정석준·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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