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포럼·손보協 입법토론회
도로교통안전특별회계 도입 제안
안전예산 늘면 사상자 감소 확인
교통법규 위반으로 걷히는 과태료·범칙금을 교통안전 사업에 재투자하면 5년간 3조2000억원을 들여 6조6000억원의 사고 감소 편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범칙금이 정작 사고를 줄이는 데는 쓰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재원으로 한 ‘도로교통안전특별회계’를 한시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장은 21일 국회 교통안전포럼(대표 성일종·유동수 의원)과 손해보험협회(회장 이병래)가 국회 도서관에서 공동 개최한 입법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도로교통안전특별회계 도입방안 연구’를 발표했다.
우 본부장이 제안한 특별회계는 2026~2030년 5년 한시로 운용하되, 효과가 입증되면 연장하는 구조다. 재원은 과태료·범칙금의 70%로, 운용 주체는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다. 2024년 기준 무인단속 과태료 1조3611억원과 범칙금 767억원 등 약 1조4000억원이 걷혔는데, 연구원은 매년 1조원의 교통안전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징수액 대비 70%를 제시했다.
사용처는 ▷운전면허 자진반납 고령자에게 1인당 연 60만원(90세까지) 지원 2조1300억원 ▷60대 이상 운전자에게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지원 5175억원 ▷노인보호구역 신규 지정·개선 6800억원 ▷마을주민 보호구간 확대 800억원 ▷노면표시 시인성 개선 557억원 ▷고령자 교육·음주운전 방지장치 시범사업 등 3600억원으로 총 3조8232억원이다. 5년간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만 따진 결과 총편익 6조5961억원, 총비용 3조1557억원으로 비용 대비 편익(B/C)이 2.09였다. 사업별로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지원(4.30)과 노인보호구역 확대(3.51)의 효과가 가장 컸다.
연구원은 특별회계가 필요한 이유로 과태료·범칙금과 교통안전 사이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들었다. 최근 5년(2019~2024년) 시도별 과태료·범칙금과 사고건수 간 상관계수는 0.026으로 사실상 무관했다. 반면 전국 228개 시군구의 2016~2024년 패널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교통안전예산이 늘수록 사상자가 줄어드는 유의한 관계가 확인됐다. 인구 30만명 규모 시 기준으로 60억원을 투자하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1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임동욱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장은 첨단안전장치 보급 실증 결과를 발표했다. 공단이 지난해 법인택시 227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실증한 결과, 비정상 급가속 위험이 3628회 차단됐고, 100㎞당 오조작 발생 빈도는 0.204회에서 0.095회로 53.4% 줄었다. 장치 보급은 2024년 60대에서 올해 4157대 이상(9월 1일 기준 누적 5065대)으로 늘었다.
인공지능(AI) 영상 기반 안전운전 모니터링 장치도 효과를 보였다. 2024년 노선버스 13개사 500대에 장착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사고건수가 298건에서 211건으로 29.2% 줄었고, 중상자는 49.3%, 신호위반은 87.6% 감소했다.
임 처장은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가 7월 승용차(2029년)와 3.5톤 이하 승합·화물·특수차(2030년)에 설치 의무화했지만, 기존 차량에 대한 지원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에는 중앙정부의 별도 회계도, 개인을 지원하는 개별법도 없어 대전·부산·울산·경기 등 12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대응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우 본부장은 “안전예산은 도로에 투입하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 아니라 소중한 인적자원을 살릴 수 있는 투자”라며 “특별회계를 활용해 교통약자와 취약 지역에 집중 투자해 안전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교통 범칙금·과태료 수입은 20%가 응급의료기금에 배정되고 나머지 80%는 일반회계 세외수입으로 편입돼 교통안전 사업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과거 범칙금을 재원으로 한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가 운영됐으나 2007년 폐지돼 일반회계로 통합됐고, 20·21대 국회에서도 이를 교통안전 재원으로 돌리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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