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시간 인정 상한 폐지 대신 시간단위 확인 도입
“월 57시간·수당 단가 그대로…보상 아닌 감시 강화”
민주노총 이어 한국노총도 시행 중단 요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공무원의 하루 초과근무 인정 상한을 폐지하면서 일정 시간마다 근무 여부를 전산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자 양대 공무원노조가 잇달아 반발하고 나섰다. 재난·민원·출장 현장에서도 근무 사실을 수시로 입증하게 하는 것은 전체 공무원을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취급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22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초과근무 시간단위 확인제 시행 중단과 노사협의를 통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전날에는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같은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는 오는 10월 1일부터 공무원 초과근무 제도를 개편한다. 하루 최대 4시간까지만 인정하던 시간외근무 상한을 폐지해 실제 일한 시간만큼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긴급 현안 대응 때 적용하던 월 100시간 예외 상한도 없애고, 비보직 국가직 4급 공무원에게는 월 25시간 초과분에 대한 보전수당을 신설한다.
대신 초과근무 관리·감독은 강화한다. 공무원이 초과근무 중 일정 시간 간격으로 전자인사관리시스템인 ‘e-사람’과 ‘인사랑’ 등에 실제 근무 여부를 등록하고 부서장이 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부정수령액이 50만원 이상이면 한 차례만 적발돼도 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제재 기준도 강화된다.
“산불·호우 현장서 시스템 확인해야 하나”
노조는 시간단위 확인 방식이 공직 현장의 업무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민원 대응과 복지 상담, 출장뿐 아니라 산불·호우·가축전염병 등 재난 현장에서는 정해진 시간마다 전산시스템에 접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확인 절차를 놓치면 공무원 개인이 사후에 실제 근무 사실을 소명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소명 자료의 인정 여부를 관리자가 판단할 경우 정당하게 일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동근 공무원연맹 위원장은 “초과근무 부정수령에 대한 처벌 기준은 이미 대폭 강화됐고 관리자 책임도 명확하게 규정됐다”며 “모든 공무원에게 반복적으로 근무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통제”라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도 “초과근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전체 공무원을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취급하는 제도”라며 시간단위 확인시스템 도입 중단과 실제 근무시간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자율’인가 ‘전면 시행’인가…적용 방식도 논란
제도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혼선도 커지고 있다. 공무원연맹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열린 제6차 공무원 노사협의회에서 10월 1일 시스템이 개통되더라도 실제 사용 여부는 기관 자율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표준지방인사정보시스템에 배포된 초과근무 기록관리 안내에는 자율이라는 내용이 없고, 전 자치단체 일괄 적용을 전제로 시스템이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는 전자인사관리시스템을 개선해 시범기간을 거친 뒤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운영한다고 돼 있다. 확인 주기도 ‘1시간’으로 특정하지 않고 ‘일정 시간 단위’로 규정했다. 지방공무원 초과근무 총량관리 기능은 업무 특성과 환경을 고려해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정부는 초과근무 인정 범위를 넓혀 실제 근무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만큼 형식적인 초과근무와 수당 부정수령을 막기 위한 확인 절차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실제 일한 시간에는 정당한 보상이 따르도록 하는 한편 불필요한 초과근무는 엄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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