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 내세워 제3자 위치 정보 제공 ‘불응’
경찰청·소방청, 요청 수십만 건…삼성·샤오미 ‘제공’
“주무 부처 방미통위, 위치 정보 고도화 책무 방기”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애플이 ‘제3자’의 긴급구조 요청 시 이용자 위치 정보 제공에 불응하면서 국내 아이폰 이용자 ‘1000만명’이 긴급구조 사각지대에 처했다. 아이폰 이용자의 사건·사고 발생 시, 제3자인 가족이나 지인이 신고해도 경찰청 등은 피해자의 위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
앞서 애플은 긴급구조 위치 제공 시간을 5분에서 30분으로 연장키로 했지만, 제3자에 의한 긴급구조 요청은 묵살하면서 ‘반쪽’짜리 대책에 그친다는 평가다. 국회에서는 주무 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관련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26 1차 긴급구조 위치 정보 품질 협의체 논의 문건’에 따르면 애플은 경찰청, 소방청 등이 수년째 요청 중인 제3자에 긴급구조 요청 시 이용자 위치 정보 제공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제3자 요청은 아이폰 이용자가 실종 등의 사건·사고를 당했을 때,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지인 등 ‘제3자’가 구조 요청을 하는 경우다. 이를 근거로 경찰청, 소방청 등은 피해자의 위치 정보를 요청한다.
현재 안드로이드 기반인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샤오미 시리즈 등은 제3자 요청 시에도 위치 정보를 제공 중이다.
반면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iOS)를 채택 중인 아이폰 시리즈는 위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애플은 글로벌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이유로 경찰청, 소방청 등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반 국민 긴급구조 요청 시 위치 정보 제공이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기본 요건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제3자에 의한 위치 정보 요청은 적잖다. 제3자에 의한 위치 정보 요청은 소방청(119) 2023년 4만6922건, 2024년 4만1603건, 지난해 3만6382건, 올해(8월까지) 2만5881건 등이다. 경찰청(112) 2023년 26만5987건, 2024년 26만8252건, 지난해 27만3047건 등으로 집계됐다.
해당 요청들은 삼성전자, 샤오미 등 휴대폰 이용자에 의한 요청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애플 이용자의 경우 통신 3사가 ‘기지국’을 통해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지국 반경이 워낙 넓어 사건·사고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
일반적으로 5G(3.5㎓) 기지국 당 실외 반경 약 1.4㎢ 구역을 커버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경찰청이나 소방청이 수색해야 할 장소가 너무 광범위한 것이다. 경찰청, 소방청 등이 수년째 제3자에 의한 위치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있는 이유다.
이와 함께 경찰청, 소방청 등은 위치 정보 제공 시에 단말 정보를 포함하는 방안도 요청 중이다. 아이폰의 경우 기지국 값만을 제공하는데, 피해자가 아이폰 이용자라는 판단이 설 경우 다른 수색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내 많은 이용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쓰더라도, 아이폰 시리즈를 쓰는 이용자도 상당하다”며 “하다못해 기지국 반경이 100m라고 해도 고층 건물이 있는 경우에는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주무 부처인 방미통위의 대응 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방미통위가 매해 정기적으로 진행 중인 긴급구조 위치 정보 협의체 논의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 방미통위는 관련 협의체를 단 한 번 가동하는 데에 그쳤다.
김장겸 의원은 “본인이 직접 신고할 수 없는 재난·실종 상황에서 제3자의 긴급구조 요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위치 정보 제공 시간을 30분으로 늘린 조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애플을 설득하고, 위치 정보 제공 시스템을 고도화할 책무가 있는 방미통위도 올해 회의를 단 한 차례만 형식적으로 개최하는 등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k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