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농지법 개정・특별법 제정 논의

농지 투기·중대위반 엄중 단속하되

상속·고령농지 등 조건부 처분유예

관행적·경미한 위반 자정 기회 부여

임대차 정비기간 11월 15일까지 연장

농지은행 농지매입 예산 증액도 검토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해 온 농지라도 투기나 중대한 위반이 없을 경우 합법화할 수 있는 길이 38년 만에 열린다.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현장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당정은 관행적·경미한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연내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양성화 및 정상화의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1일 국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협의를 열고 이같은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당정은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명백한 투기 행위는 엄단하되 관행적 위반에 대해서는 계도·제도 개선 등으로 양성화를 추진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현행 농지법에는 위반 농지에 대한 처분을 미루거나 사후에 바로잡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특별조치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관련기사 3면

아울러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농지법 개정과 예산 지원 등 후속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관행적 위반의) 경위와 사정을 충분히 살펴 이번 기회에 정상화·양성화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겠다”며 “곧바로 처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지가 농지다움을 회복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 7월까지 기본조사를 마치고 8월부터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위반 여부 확정이나 처분의무 통지 등 사후 절차는 2027년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관행적인 임대차나 미경작 농지까지 처분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퍼진 상황이다. 실제로 농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로 나간 자녀에게 농지를 증여한 뒤 부모가 계속 농사를 짓거나, 고령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사례 등이 꼽힌다.

당정은 이번 후속대책에서 단순히 실경작 여부만으로 처분 대상을 가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농지 취득 당시 영농 의사가 있었는지, 농지취득자격증명 과정에서 허위·부정 행위가 있었는지, 취득 이후 농지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겠다는 것이다.

반면 명백하게 투기라고 보는 사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한 경우, 경매 등을 통해 농지 공유지분을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등이다.

아울러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비농업용 시설로 불법전용한 행위도 중대한 위반으로 본다. 정부는 투기로 확인되면 처분명령을 내리고, 농업진흥지역 내 중대한 불법 전용에는 원상회복명령 등을 부과할 방침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농지의) 거짓·부정 취득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각종 정황을 종합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이후 지방정부의 청문 절차에서 당사자가 소명하면 그 내용을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투기가 아닌 농촌의 관행적 위반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상화의 기회를 준다. 우선 직접 경작하거나 적법한 임대로 전환할 수 있는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한다. 당장 정비가 어렵다면 농지은행을 통해 임대차 관계를 정상화해 처분 의무를 유예한다.

상속·이농 농지도 농지은행을 통해 정비한다. 상속·이농자가 소유한 농지 가운데 1㏊(헥타르)를 초과하는 부분은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할 수 있다. 미등기 상속 등으로 소유자가 불분명한 농지는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위탁한 뒤 실경작자가 임차하도록 한다.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은 올해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이 기간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해 관행적 임대차를 정상화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불법 전용 농지에 대해서도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를 추진한다. 농업진흥지역 훼손 등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전용 절차를 거쳤을 때 설치가 가능했던 시설에 대해 사후 신청을 받는다.

당정은 특별조치법을 올해 안에 마련해 국회 의결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1분기 특별법을 시행해 위반 유형별 세부 조치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농촌 현실과 현행 농지제도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도 병행한다. 상속·고령화와 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을 손질해 정부가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농림축산해양수산 정조위원회는 “당정은 전수조사 과정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정보가 농촌사회에 확산되면서 농업인과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면서 “농지전수조사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농업인과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설명하면서 적극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대근·윤채영·김선국 기자


bigroot@heraldcorp.com
thanks@heraldcorp.com
adast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