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급매 출회 속 잇따라 신고가
80년대생 매수… 대출 한도 2억 무색
초고가, 현금여력 자산가 중심 재편
서울 초고가 주택 시장에서 고금리·대출규제를 비껴간 신고가 거래가 속속 체결되고 있다. 세금 부담 확대 등으로 거래량은 위축됐지만, 현금 여력을 갖춘 자산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석 달간(6~8월) 서울에서 매매된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는 총 118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03건)와 비교하면 거래량이 41.9% 급감했다.
이는 기존의 강화된 대출 규제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매수 심리가 위축된 데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동시에 높인 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고가 주택 시장 전반에 관망세가 짙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초고가 주택 겨냥 규제 메시지가 지속되며 매수·매도자 모두 시장 추이를 신중하게 살피는 분위기다.
하지만 매매 가격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4차’ 208㎡(전용면적)는 지난달 29일 90억원 신고가에 팔렸다. 앞서 올해 5월 같은 면적 실거래가 87억원보다 3억원 높여 매매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29㎡도 지난달 3일 최고가 85억원에 매매됐고,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 243㎡는 지난달 11일 74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져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초고가 주택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시장 안정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똘똘한 한 채에 의해 사는 집이 100억원이 넘고 그러지 않나”라며 “상상이 안 된다. 엄청난 재벌이 사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80억, 90억, 100억원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가 주택이) 집값을 선도하고 나머지 집들이 쭉 따라간다”며 “공급 부족, 대출 확대 등 여러가지와 맞물려 집값 상승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대출규제 지속, 공급 확대, 세제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격차를 줄이는 중이라 금리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이를 비롯해 모든 점을 보고 규제·공급·세제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점차 부동산 시장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미 초고가 주택 시장이 금리 여건이나 규제와는 별개로 움직이는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2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 한도가 2억원에 불과해 현금 동원력이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한정되고, 희소성 높은 주택을 신고가로 매수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일반 시장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실제 100억원 가까운 초고가 아파트 시장에선 ‘전액 현금’ 매수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6월 말 신고가 98억원에 팔린 아크로리버파크 178㎡의 매수자는 1980년대생 A씨로, 이달 잔금을 치러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 등기상 별도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지 않아 전액 현금으로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래미안원펜타스’ 191㎡도 지난 6월 94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는데, 매수자인 80년대생 B씨가 근저당권 설정 없이 잔금을 치러 최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동시에 강남권 일부 단지에선 세 부담 가망이 어려운 다주택 혹은 고령층의 보유 매물이 호가를 낮춰 출회되면서, 강남·서초·송파 3개구의 전체 집값은 소폭 조정을 받고 있다. 특히 보유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세 32억원 이상 아파트들은 급매물 출회도 나오고 있다.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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