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무슬림에게는 따지 않은 음료수 캔을 제공하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자칫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인데, 지나친 조치라는 목소리가 높다.

3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종파를 초월해 종교 문제를 다루는 여성 무슬림 사제인 타헤라 아흐마드(31)는 이틀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대화를 촉진하고자 시카고에서 워싱턴D.C.로 유나이티드 항공기를 탔다.

무슬림을 상징하는 히잡을 쓴 그는 음료수 서비스 시간에 승무원에게 위생상의 이유로 따지 않은 다이어트 콜라 캔을 달라고 요청했다. 승무원은 그럴 수 없다고 답하면서도 아흐마드 바로 옆에 앉은 남성에게는 따지 않은 맥주 캔을 줬다.

아흐마드가 차별 이유를 묻자 승무원은 “비행기에서 따지 않은 음료수 캔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아흐마드가 차별을 당했다며 재차 따지자 승무원은 갑자기 맥주 캔을 딴 뒤 “이렇게 해야 무기로 사용할 수 없다”며 면전에서 다시 모욕을 줬다.

승무원 뿐 아니었다. 아흐마드가 주변인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하자한 남성이 “당신 같은 무슬림은 음료수 캔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으니 닥치고 있어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아흐마드의 사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알려지자 유나이티드 항공 탑승을 거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저명한 미국 무슬림 성직자인 수하이브 웨브는 “모든 이들이 심한 편견으로 가득한 유나이티드 항공이 역겹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그는 다이어트 콜라 캔과 함께 아흐마드를 지지하는 해시태그를 붙인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유나이티드 항공은 30일 성명을 내고 “우리 항공사는 다양성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미국 언론은 이번 사건을 극악무도한 이슬람국가(IS)의 발호 이후 미국 내에서 급속도로 번지는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증)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CNN 방송은 2013년 퓨리서치 센터의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42%가 이슬람을 다른 어떤 종교보다 신봉자들에게 폭력을 조장하는 종교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의 무슬림은 성소수자, 흑인, 히스패닉, 여성보다도 더 심한 차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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