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파 “미국에 손쉬운 탈출구 줘선 안 돼”…핵 양보 거부 움직임

단순 종전 넘어 중동 질서 재편 노려…트럼프 강경 대응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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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엔겔라브 광장에서 열린 반(反)미·반이스라엘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AFP]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엔겔라브 광장에서 열린 반(反)미·반이스라엘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 강경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간선거 패배를 자국의 전략적 승리로 받아들이며 종전 협상에서 미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쟁에 대한 미국 내 반발이 커진 만큼 협상에서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란이 단순한 전쟁 종식을 넘어 중동의 세력 균형까지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종전 협상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란 내 강경 보수 세력은 최근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어떠한 양보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다음 날 발표한 메시지에서 “조금이라도 굴복하려는 기미”를 경계했다. 이란 강경파는 이를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자국 대표단에 보내는 지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란 강경 보수 매체 라자뉴스 역시 최근 칼럼에서 미국이 이란 공격에 따른 대가를 치르기 전까지는 “탈출구”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종전 합의를 체결한 뒤 전쟁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강경 기류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맞물려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란 전쟁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패배한 이유는 전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란 보수 진영은 이러한 발언을 미국의 전쟁 지속 여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을 상대로 한 자신들의 강경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판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미드레자 아지지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전문가는 “이란 지도부는 최근 선거 결과를 자신들의 대미 전략이 옳았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며 “그 결과 미국과의 합의 조건에 대한 입장이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지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란 핵 프로그램에 관한 양보를 얻어내야 하지만, 이란은 오히려 양보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란이 종전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란 지도부가 강경한 발언과 별개로 전쟁을 끝내면서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나 투시 미국 국제정책센터 이란 전문가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자국을 고립시키거나 공격할 수 없는 새로운 지역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은 주변국들이 자국의 안보를 미국의 군사력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한 지역 안보 체제에는 이란의 이해관계가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메네이 역시 최근 메시지에서 이번 전쟁이 “밝고 희망찬 새벽”을 열었으며 “새로운 세계 질서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란이 종전 협상을 단순한 전쟁 중단이 아닌 중동 지역의 안보 질서를 재편하는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이란의 요구 수준이 높아질수록 미국과의 협상 타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간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며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이란의 전략적 요충지인 게슘섬을 잇달아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가능하다면 이란의 나머지 지역을 파괴하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그렇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CNN은 이란이 종전을 대가로 중동의 세력 균형을 바꾸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선거 패배 이후 대외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려 할 수 있어 양측의 입장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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