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美국채금리 동조화 10월 들어 깨져”
AI주 약세, 경기둔화·물가상승 압력 완화 신호로 해석
채권도 안전자산 단정 못해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올해 들어 비슷한 흐름을 보이던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지난달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보다 AI 시장의 움직임이 국채금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제프리 로젠버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2일(현지시간) CNBC 프로그램 ‘ETF 엣지’에 출연해 “올해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의 상관관계가 80%에 달했지만 10월 들어 갑자기 끊어졌다”며 “금융시장에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국채금리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을 예상해 투자자들이 국채 매입을 미루면서 국채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했다. 로젠버그는 이를 두고 “시장이 지정학적 위험보다 AI 관련 위험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로젠버그는 AI 관련주가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이를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AI 투자 위축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국채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 5일 기술주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으로 큰 폭 하락했다. 같은 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12% 넘게 폭락하는 등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국채와 금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이후 AI 산업 규제 강화와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로젠버그는 이처럼 금융시장이 AI 투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으로 AI 투자 열기가 식을 경우 미국의 성장 전망이 악화하면서 장기 국채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장기 국채가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국채가 언제나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높은 물가가 지속되는 데다 AI 호황까지 이어질 경우 국채금리가 다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투자 확대는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외부 차입을 늘리고 있어서다.
로젠버그는 향후 4년간 AI 관련 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가 약 4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채권시장이 이를 감당할 수는 있지만 발행 물량이 계속 늘어나면 채권 가격 하락과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는 여전히 매우 긍정적인 투자 이야기”라면서도 “시장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I 투자 열풍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그동안 간과됐던 위험에 대한 평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