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생·손보 신용대출 48%가 KCB 900점 초과 차주 몫
생보 700점 이하 대출자 2년 새 46% 급감…951점 이상은 42% 늘어
손보는 신용대출 시장 자체가 ‘반토막’…저신용 대출 사실상 실종
[헤럴드경제=정호원·김서현 기자]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보험사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보험사 가계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가운데 신용점수 900점 초과 차주에게 나간 돈은 절반에 가까웠다. 취급액 기준 중·저신용자 비중은 해마다 낮아져 21.6%까지 떨어졌다.
7일 국회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생명·손해보험업계 신용대출 취급 현황’ 에 따르면, 올해 1~6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가계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2조2123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KCB 신용점수 900점 초과 차주에게 나간 대출은 1조654억원으로, 전체의 48.2%를 차지했다.
고신용자 쏠림은 해마다 심해졌다. 전체 취급액에서 900점 초과 차주 몫은 2023년 41.8%, 2024년 45.2%, 지난해 45.8%, 올해 상반기 48.2%로 한 해도 꺾이지 않고 올랐다. 951점 이상 최고신용자 몫도 같은 기간 19.7%에서 26.0%로 커졌다. 반면 800점 이하 중·저신용자 몫은 27.4%, 25.8%, 24.1%에 이어 올해 상반기 21.6%까지 내려왔다. 700점 이하 차주 몫은 7.5%에서 4.5%로 줄었다.
생보는 고신용자로, 손보는 신용대출 반토막
업권별로 보면 생보업계에서는 대출 규모가 커지는 사이 돈을 빌리는 사람이 고신용자 위주로 바뀌었다. 생보사 신용대출 취급액은 2023년 2조9230억원에서 지난해 3조5778억원으로 22.4% 늘었다. 같은 기간 951점 이상 대출자는 2만822명에서 2만9649명으로 42.4% 늘었고, 700점 이하 대출자는 2만525명에서 1만1050명으로 46.2% 줄었다. 2023년만 해도 비슷했던 두 집단의 격차가 2.7배로 벌어진 것이다. 2023년에는 생보사 신용대출을 받은 10명 중 4명(39.7%)이 800점 이하 중·저신용자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명이 채 안 된다(28.3%).
손보업계는 신용대출 시장 자체가 반토막 났다. 손보사 신용대출 취급액은 2023년 7078억원에서 지난해 3789억원으로 46.5% 줄었고, 대출자도 6만1876명에서 2만8513명으로 53.9% 감소했다. 시장이 줄어드는 사이 고신용자 쏠림은 더 심해졌다. 올해 상반기 손보사 취급액 가운데 900점 초과 차주 몫은 60.7%로 보험업권 전체(48.2%)보다 12.5%포인트 높았다. 800점 이하 몫은 2023년 15.0%에서 올해 상반기 8.8%로 내려갔다. 올해 상반기 700점 이하 차주에게 나간 신규 대출은 10억원으로 전체의 0.5%에 그쳤다.
차주의 신용도는 높아졌지만 금리 부담은 여전히 크다. 업체별 신용대출 평균 취급금리(신규취급액 가중평균)를 보면 올해 상반기 흥국화재가 9.9%로 가장 높았고, 교보생명(9.6%), 한화생명(9.2%), 흥국생명(9.0%)도 9%대였다.
고신용 차주까지 보험사 신용대출을 찾게 된 것은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밀려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까지 와서 대출을 이용한다는 건 대출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1금융권에서 해소되지 못한 사람들이 2금융권으로 넘어오면서, 예전에는 중·저신용 이용자가 많았다면 지금은 이용자군 자체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설 자리가 좁아진 중·저신용자들에게는 저축은행이 주요 대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과 10월 각 주요 신용대출상품을 비교했을 때 SBI저축은행에서 NICE 신용점수 800점 이하 차주에 대한 대출 취급비중은 79.08%에서 85.09%로 6.01%포인트 상승했다. OK저축은행은 76.84%에서 78.60%로, 웰컴저축은행은 86.21%에서 87.25%로 각각 높아졌다. 반면 900점 초과 차주 비중은 SBI저축은행에서 2.79%에서 1.38%로, OK저축은행에서 2.16%에서 1.02%로 줄었다.
저축은행 대출의 중·저신용자 비율 확대에는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증가분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고, 최대 1000만원의 중금리 생활안정대출도 연소득 이내 신용대출 한도 제한에서 제외하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중·저신용자의 대출 이용이 늘고 있다”면서도 “전체 대출 취급액 자체가 늘다 보니 고신용자 비율이 줄어든 것이 고신용자의 대출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재섭 의원은 “보험사마저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늘리면 정작 자금이 절실한 중저신용자는 더 높은 금리로 내몰릴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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