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안착 차질 불가피… 지방중수청 인력 활용할 듯

특수본, ‘노상원 수첩’ 등 종합특검 이첩 사건 수사 전망

과거 특검과 달리 ‘검사 부재’ 상황 특수본에 영향 줄 듯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연합]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연합]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경찰이 ‘내란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구성 작업에 나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일제히 수사에 뛰어들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서 여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 수사가 추진되면서 내란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 2차 종합특검팀(권창영 특별검사)이 잇따라 수사한 데 이어 내란 사건을 또 다시 수사할 특별기구가 꾸려지는 셈이다. 검찰청 폐지와 함께 중대범죄 수사를 맡기 위해 출범한 중수청은 안착도 하기 전에 업무 역량은 물론 수사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과 경찰청은 최근 내란 특수본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양 기관은 공동본부장을 비롯해 조직 구성과 설치 장소 등을 논의 중이다. 본부장은 특별기구로선 이례적으로 양측에서 각각 본부장을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경찰 측에서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3대 특검 인계사건 전담수사팀 강일구 경무관이, 중수청 측에서는 지방중수청 내 검사 출신 국장급 인사 중에서 본부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내란사건 수사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시작돼 종합특검이 활동을 마무리 한 올해 8월까지 1년 8개월 넘게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인 2024년 12월 6일과 8일 각각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출범했고, 공수처도 수사에 나서면서 공수처·경찰 등의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꾸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이듬해 1월 체포와 구속을 거쳐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설치된 내란특검은 6개월간 수사를 벌여 윤 전 대통령 등을 일반이적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하지만 범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란특검 수사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른바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검)의 잔여 사건을 수사하는 종합특검이 올해 2월 출범해 6개월간 수사를 벌였다. 종합특검은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우방국에 전달하도록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했다.

기존 수사기관 수사에 두 번의 특검 수사를 거치고도 내란 사건에 대한 특수본 필요성이 거론됐다. 종합특검을 이끈 권창영 특검은 지난 8월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 자리에서 “내란 세력과의 전쟁이 몇 조각인지 모르지만, 종합특검은 2번째 퍼즐을 맞춘 것에 불과하다”라며 “(잔여 사건을 받을) 국수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각종 수사기관이 합동해 특수본을 설치해 체계적, 장기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장기적인 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특수본 구성을 지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고, 10월초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하고 나서 행정안전부 소속인 중수청과 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특수본 구성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특수본 수사 대상으로는 우선 종합특검이 마무리 짓지 못한 사건들이 언급된다. 대표적인 것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 사건이다. 이른바 ‘노상원 수첩’은 계엄 준비 정황이 담긴 스모킹건으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 과정 중 노 전 사령관 모친 거주지에서 압수된 것으로, 수첩에는 헌법 개정과 비상입법기구 창설 방안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3대 특검 인계사건 특수본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종합특검은 폭발물과 독극물을 이용한 살해를 구상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합특검은 수첩에 기재된 특정 장소인 연평도, 오음리 일대 지역을 조사해 감금시설로 활용하고자 의심되는 3개소를 특정해 검증영장을 집행했다. 그러나 종합특검은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다시 경찰에 넘겼다.

이른바 ‘안가(안전가옥) 회동’으로 김주현 전 민정수석과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 사건도 수사 대상으로 언급된다. 종합특검은 김 전 수석 등 5명이 계엄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모여 계엄 정당화 논리 등을 논의했고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해 내란행위에 종사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종합특검은 수사 기간 내 해당 사건을 매듭짓지 못하고 경찰로 넘겼다.

내란 특수본 구성이 가시화 되고 있지만,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중수청은 출범 한 달여 만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력, 인프라를 비롯한 준비도 아직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수사를 맡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 안착도 덩달아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수청의 경우 서울중수청 인력이 주로 특수본에 투입될 것으로 보지만 다른 지방중수청 인력도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갓 출범한 상황에서 특정 지방중수청 인력이 대거 특수본에 투입되면 조직 안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종합특검 단계에서 ‘정치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던 내란 사건 수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점도 중수청으로서는 난감한 부분이다. 종합특검은 윤 전 대통령 체포방해 혐의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재판에 넘긴 바 있는데, 공판준비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판부로부터 연일 공소사실 부분을 비롯한 공소장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변수로는 검사 부재가 언급된다. 과거 특검은 검사를 파견받았고 파견검사들이 영장 청구나 공소유지 기능 등도 수행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 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검사가 특수본에 참여할 경우 위법 수사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파견 갈 검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본 칼끝이 대법원을 향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계엄 당시 조 대법원장 행적에 불분명한 내용이 많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은 조 대법원장 사건을 수사한 뒤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이미 실체가 확인된 사안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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