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 동력 확보 위해 ‘피지컬AI·데이터센터’에 재원 집중 투입
‘민생 밀착’ 통합돌봄 예산 973억원 삭감…수소차 지원 단가도 일괄 하향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 분야에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붓는다. 반면 취약계층 지원과 친환경 민생 사업 등 현장 체감도가 높은 예산은 대거 삭감하거나 동결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이 예상된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지만, 당장 민생 현장에서 필요한 ‘체감형 예산’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여야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4일 부처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AI 생태계 구축과 디지털 전환을 명분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편성했다.
보건복지부는 국산 AI 융합 의료기기와 로봇 등을 현장에 도입하기 위한 ‘피지컬AI 도입 및 실증 사업’에 총 377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행정안전부 역시 행정 효율화를 목표로 AI 기반 행정서비스 직접 사업에 815억원, AI 통합민원플랫폼 구축에 203억원 등 총 1085억원의 대규모 예산을 배정했다.
기후부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지원에만 1조9315억원을 편성했고, AI 기반 장거리 고압수소 배관망 안전관리 기술개발에도 100억원을 별도로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대적인 AI 투자와 대조적으로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일부 민생 현장 예산은 삭감됐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부의 통합돌봄 사업은 애초 요구안인 2531억원 중 973억원이 삭감된 1558억원만 정부안에 최종 반영됐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현장 중심의 복지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후부의 친환경 민생 사업인 수소차 보급 예산 역시 대폭 줄었다.
기후부는 내년도 수소차 보급을 위한 전체 지원 물량을 축소한 것은 물론, 승용차와 버스 등 차종별 보조금 단가까지 일괄 삭감했다. 수소 충전 기반 시설 부족과 차량 가격 부담으로 인해 여전히 민간 수요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보조금 단가마저 줄어들면 친환경차 전환이라는 현장 수요와 정책 방향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예산안을 바라보는 국회와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야당은 “정부가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첨단 AI 사업에는 수천억 원씩 펑펑 쓰면서 당장 하루하루가 힘겨운 취약계층의 돌봄 예산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현장 예산은 무참히 깎아냈다”며 현장 예산의 원상 복구를 예고했다.
예산 전문가들 역시 미래 기술 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민생 예산과의 균형을 잃은 예산 배정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대국민 행정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내년도 예산안의 향방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 ‘미래 투자’냐 ‘민생 안정’이냐를 둔 막판 대치와 예산안 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th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