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에서 기업간거래(B2B) 제조기업 변신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발판 삼아 글로벌 도전
올해 대만 수출…투자 유치 등 성장 지속
[헤럴드경제(제주)=부애리 기자] “제주에서 시작했지만 제주에만 머물고 싶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 어느 카페에 가더라도 우리 제품 하나쯤은 있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제주에서 시작한 로컬 창업기업이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와 같은 글로벌 디저트 기업을 꿈꾸고 있다. 주인공은 제주 토박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이한솔 마마그로브 대표다.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홈베이킹을 사업으로 발전시킨 그는 제주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로 국내 카페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 만난 이 대표는 “제주 원물을 활용한 디저트로 출발했지만, 현지 기업에만 머물고 싶지는 않다”라며 “제주를 발판 삼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디저트·베이킹 재료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세 아이 엄마의 홈베이킹, 제주 로컬 창업기업으로 성장
마마그로브의 시작은 작은 가정집 주방이었다. 제주 토박이인 이 대표는 세 아이를 출산한 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홈베이킹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위해 직접 빵과 과자를 만들던 취미는 창업으로 이어졌다.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그는 제주에 약 21평 규모의 디저트 카페를 열었다. 처음 판매한 제품은 파운드케이크 4종이 전부였다.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했던 만큼 하루 100개만 만들어 판매하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제품이 빠르게 동나면서 입소문을 탔고, 제주 지역 대형 카페들로부터 납품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업 3년 차에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카페 2호점을 내는 대신 기존 매장을 정리하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 제조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제주에서 개발한 디저트를 전국 카페에 공급하는 기업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이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다른 카페 사장님들이 디저트 제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는지 알게 됐다”며 “직접 만들지 않아도 품질 좋은 디저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마그로브는 파운드케이크와 쿠키, 바스크치즈케이크 등을 제조해 전국 카페에 공급하고 있다. 자체 홈페이지 가입 업체는 약 600곳으로, 이 가운데 200곳가량이 지속해서 주문하고 있다.
마마그로브가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제주 원물이다. 제주 감귤과 가파도 청보리, 백년초, 메밀 등을 활용해 지역의 특색을 살린 디저트를 개발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고, 이를 전국 카페에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로컬 넘어 글로벌로…감귤 발효종 개발·해외 진출 도전
이 대표의 목표는 제주 로컬 브랜드를 넘어 글로벌 베이킹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해외 시장 진출도 첫발을 뗐다. 마마그로브는 지난 9월 대만 바이어들과 업무협약(MOU) 3건을 체결했다. 이 대표는 최근 대만 현지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통한 제품 판매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소비자들이 제주 디저트에 관심을 보인다”며 “선물용 제품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해외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성장동력은 베이킹 재료다. 현재 제주 감귤을 활용한 천연 발효종을 분말 형태로 만드는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사워도우(Sourdough)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천연 발효종은 직접 배양하고 관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마그로브는 이를 분말로 만들어 카페와 제과점에서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천연 발효종을 직접 키우려면 2주 이상 걸리기도 한다”며 “감귤을 활용한 발효종을 분말화했고, 현재 장기간 보관해도 발효 기능이 유지되는지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제품의 안정성을 검증한 뒤 국내외 제과점에 공급할 계획이다. 제주 농산물을 활용한 디저트 완제품 수출을 넘어 베이킹 재료까지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제주 청년창업사관학교에도 입교했다. 기존 디저트 제조·납품 사업에서 한 단계 나아가 베이킹 재료 연구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제주에서 사업하다 보면 성장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라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다른 지역 창업가들과 교류하면서 사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라고 말했다.
투자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초기 투자에 대해 협의를 마쳤으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향후 민간투자 연계형 지원사업인 립스(LIPS)와 팁스(TIPS) 등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서 출발한 마마그로브의 성장 과정은 로컬 창업기업의 사업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에서 생산한 원물을 차별화된 상품으로 개발하고, 제조·유통 역량을 확보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제주를 기반으로 시작한 기업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b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