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찾아갈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아무리 음식 솜씨가 뛰어나도 사람들이 모르면 그저 동네의 숨은 맛집으로 남는다. 반대로 누군가의 진심 어린 추천 한마디가 줄 서는 맛집을 만들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도 알려져야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슐랭 가이드다. 1900년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운전자들에게 여행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작은 안내책자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식 안내서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26년 도입된 별점 제도는 숨은 맛집을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이 기꺼이 그곳을 찾아가게 만드는 이정표가 됐다. 좋은 곳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사회공헌도 마찬가지다. 우리 기업들은 사회 곳곳에서 참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데는 유독 조심스럽다. 좋은 일을 하고도 생색낸다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일은 남몰래 해야 한다는 오래된 미덕에 지나치게 익숙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얼마나 다양하고 진화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이 보유한 AI 기술로 사회적 약자의 일상을 돕고, 건설기술을 활용해 국가유공자의 낡은 주거환경을 개선한다. 자동차와 이동장비 기술로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고, 자립준비청년에게는 홀로서기에 필요한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한 기부나 봉사를 넘어 기업이 가장 잘하는 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는 혼자 간직할 미담이 아니다. 다른 기업이 배우고, 지역사회가 활용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널리 공유해야 할 사회적 자산이다. 솜씨 좋은 맛집이 알려지지 않으면 사장님이 손해를 보지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널리 알려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 전체가 손해를 본다.

이러한 생각에서 한국경제인협회는 산업통상부, 보건복지부와 함께 기업의 우수한 사회공헌 활동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시슐랭 스타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시슐랭은 사회공헌(CSR)과 미슐랭(Michelin)을 결합한 이름이다. 미슐랭 가이드가 숨은 맛집을 찾아 별을 달아주고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가도록 이끌었듯, 시슐랭 스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회공헌 맛집을 발굴해 국민의 이름으로 별을 달아주자는 취지다.

특히 이번 캠페인의 주인공은 국민이다. 기업이 스스로 성과를 홍보하거나 전문가만이 우수 사례를 선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이 직접 마음에 와닿는 사회공헌 활동을 살펴보고 투표에 참여한다. 국민의 선택과 전문가의 평가를 함께 반영해 사회적 가치와 진정성을 인정받는 우수 사례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의 숨은 사회공헌 맛집에도 별을 달아줄 때다. 그 첫 번째 별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한 표에서 시작된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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