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코스피가 6일 개장 3분여 만에 8% 넘게 폭락하면서 주식시장이 20분간 멈춰 섰다. 주가 급락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주가지수가 15% 이상 하락하면 2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지만, 지금까지 실제 발동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분33초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59.19포인트(8.52%) 하락한 4924.61을 기록했다. 이에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고 20분간 매매거래를 중단했다. 오전 9시6분2초에는 코스닥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에서도 거래 재개 직후인 오전 9시34분 매도 사이드카가 추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제도다. 전기 회로가 과부하 때 자동 차단되는 원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주가가 짧은 시간에 급락할 경우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주식을 무더기로 팔 수 있는 만큼, 거래를 잠시 멈춰 시장이 안정을 찾을 시간을 주려는 취지다.
국내 서킷브레이커는 총 3단계로 구분된다. 코스피나 코스닥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1단계가 발동된다. 이때 해당 시장의 매매거래가 20분간 중단된다. 이후 10분간 단일가 매매를 거쳐 정상 거래가 재개된다. 단일가 매매는 일정 시간 주문을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2단계는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5% 이상 하락하고, 1단계 발동 당시 지수보다 1% 이상 추가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이 경우 다시 20분간 거래가 중단된다. 3단계는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0% 이상 하락하고 2단계 발동 당시보다 1% 이상 추가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질 때 발동된다. 3단계가 발동되면 해당 시장의 거래는 당일 종료된다.
서킷브레이커와 함께 등장하는 사이드카는 거래를 멈추는 대상이 다르다. 서킷브레이커가 해당 주식시장 전체의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라면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제도다. 선물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이 현물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따라서 사이드카가 발동되더라도 일반적인 주식 매매까지 모두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증시는 2015년 6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현재의 3단계 방식으로 개편했다. 이후 여러 차례 주가 폭락으로 거래가 중단됐지만 2단계와 3단계가 발동된 사례는 없다. 3단계 제도 도입 이후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는 모두 1단계에 그쳤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처음 발동된 것은 2000년 4월17일이다. 당시 미국 증시 폭락 여파로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2001년 미국 9·11 테러, 2020년 코로나19 확산, 2024년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 대형 악재가 발생했을 때도 발동됐다. 특히 올해는 발동 횟수가 크게 늘었다. 이날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제도 도입 이후 역대 17번째이자 올해 11번째다. 코스닥에서는 올해 5차례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15차례 발동됐다. 양 시장을 합치면 역대 32차례 가운데 절반인 16차례가 올해 발생한 셈이다.
올해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반도체 업황 우려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까지 맞물리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코스피 하락폭이 확대됐다.
다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고 해서 주가 하락세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거래 재개 이후에도 매도세가 이어지면 지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 서킷브레이커는 투자자들에게 판단할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발동 자체를 증시 반등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데이터센터 규제발 AI 투자 축소 불안으로 인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12% 급락, 코스피200 야간선물 7%대 약세 여파로 하락 출발한 이후 장중에도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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