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7차례 점검·두차례 임시숙소 마련

피해자 “위험 없다” 안전조치 거절

경찰 [연합]
경찰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전 연인인 70대 여성을 살해한 뒤 피해자 옆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60대 남성이 경찰의 관계성 범죄 전수조사 대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스토킹과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잇따르자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관계성 범죄 4만4540건을 전수 조사하고 고위험 가해자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하거나 유치장에 격리하는 등 조치했다.

이날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70대 여성 B씨는 앞서 전 연인이었던 60대 A씨에게 스토킹을 당해 ‘관계성 범죄 피해 A등급 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살인 사건 발생 전까지 총 27차례에 걸쳐 B씨의 안전을 확인하고, A씨의 구속영장 기각과 구치소 출소에 맞춰 임시 숙소도 마련해줬다.

하지만 관계성 범죄 전수조사 이후로는 피해자인 B씨가 별도의 안전조치를 원하지 않아 그의 의사대로 추가 잠정조치 등을 신청하지 않았다.

관계성 범죄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 수사기관이 사건을 종결하거나 보호 조치를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빈틈’이 결국 참극으로 되풀이된 것이다.

B씨는 이날 사망 전까지 경찰에 A씨의 스토킹 범죄를 총 네 차례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일선 경찰서 3곳이 대응에 나섰다.

최초 신고는 2024년 9월 은평경찰서에 접수됐다. 당시 B씨는 “남성이 쫓아온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 확인 결과 단순 말다툼으로 인한 신고로 확인하고 분리 조치 후 종결했다.

이후 B씨는 지난 6월 은평경찰서에 A씨가 따라온다는 취지의 신고를 했고, 1주일 뒤 남대문경찰서에 “A씨가 직장 인근에서 기다린다”고 신고했다.

남대문서는 B씨에게 스마트 워치 지급 등 안전조치를 했고, 법원에 A씨에 대한 잠정조치 1호(서면경고)와 2호(접근금지), 3호(전기통신 접근금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A씨는 7월 18일 B씨를 주거지까지 따라가 폭행하는 등 잠정조치를 위반했다. ‘A씨가 스토킹하고 폭력을 행사한다’는 신고를 받은 마포경찰서는 A씨를 B씨 폭행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하고, 서울서부지방공소청에 폭행, 스토킹처벌법 위반,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부지방공소청은 당시 A씨가 폐암 4기로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다만 A씨의 재범 위험성이 남아있다는 판단 하에 법원에 A씨의 구치소 유치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등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이후 A씨는 7월 23일부터 8월 22일까지 한 달간 구치소에 유치됐다. 구치소에서 나온 뒤에는 10월 22일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했다.

경찰은 A씨가 구치소에서 나올 때, A씨의 위치추적 장치 부착 기간이 종료될 때 총 두 차례에 걸쳐 B씨에게 안전조치를 권유했지만, B씨가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B씨는 경찰에 A씨로 인한 위험성이 없고, 안전조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A씨가 전자발찌를 뗀 지 약 2주 만인 이날 B씨는 은평구 불광동 A씨의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아울러 A씨가 의식을 찾는 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