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수상자에게 총상금 8350만원을 지급하고, 전원 최종 면접 기회를 제공합니다.” (NHN AI 해커톤 ‘NAN 2026’ 설명 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채용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AI 해커톤’이 새 인재 등용문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해커톤은 학력·경력을 제치고 오직 AI를 활용한 실무 문제 해결 능력을 겨루는 기업 경연대회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이르는 상금에 채용 연계 혜택까지 내걸면서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 기업의 ‘AI 개발 생태계 쟁탈전’이 자리하고 해석한다. AI 인재를 발굴하는 동시에 특정 기업의 AI 모델과 개발 도구의 활용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NHN·크래프톤·SK하이닉스 등은 이번 하반기부터 상금과 채용 연계 혜택을 동시에 내세운 ‘AI 해커톤’을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대표 IT 기업이 올해 공개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등 ‘채용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AI 해커톤이 인재 등용문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세부적으로 NHN은 지난 9월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채용 연계형 AI 해커톤 ‘NAN 2026’을 개최했다. 이 회사는 수상자에게 총상금 8350만원과 채용 연계 혜택을 내걸었다. 상위 3개 수상팀 참가자 전원에게 NHN 채용 최종 면접 기회가 주어졌으며, 최종 입사한 경우 근속 기간에 따른 별도 보너스도 지급한다. 본선 진출 경쟁률은 59대 1에 달했다.
아울러 크래프톤은 지난 7월 CJ올리브영과 공동으로 채용 연계형 AI 해커톤 ‘코파톤’을 개최했다. 총상금은 1000만원으로, 우수 참가자에게 크래프톤의 현업 밀착형 엔지니어(FDE)와 CJ올리브영의 AI 엔지니어 채용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제공했다. 참가자는 각 기업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업무 문제를 AI로 해결하고, 크래프톤의 자체 평가 설루션 ‘코파 프로브’를 통해 AI 활용 역량을 검증받았다.
SK하이닉스도 AI 해커톤을 채용과 연결했다. 오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본선을 개최하는 ‘SK하이닉스 AI 해커톤 2026’의 총상금은 1억원 규모다. 우수 참가자에게는 향후 SK하이닉스 채용에서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SKCT)를 면제하는 특전을 제공한다.
AI 해커톤이 ‘인재 등용문’으로 부상하면서 지원자 사이 참가 대회를 선택하는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임팩트가 주최하고 카카오가 후원한 ‘AI 톱 100’의 온라인 예선과 SK하이닉스 AI 해커톤의 2차 온라인 예선이 지난달 31일로 예정되면서 일정이 겹쳤다.
카카오의 AI 톱 100은 채용 연계로 이어지지는 않으나, 총상금 1억2500만원과 인증서를 내걸었다. 본선 진출자 100명에게는 각각 50만원의 AI 도구 지원금과 공식 인증서, 디지털 카드를 제공한다.
고민 끝에 카카오 대회에 참가했다는 취업준비생 A씨(27)는 “실제 채용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해커톤 참가와 수상 실적을 직무 역량을 입증하는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회 선택을 고민했다”며 “반도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경력을 쌓고 싶어 카카오를 선택했다”고 했다.
업계는 AI 해커톤 개최의 이면에 기업 간의 ‘AI 개발 생태계 쟁탈전’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AI 해커톤을 인재 발굴 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와 같은 특정 기업의 기술 생태계로 개발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크래프톤·CJ올리브영의 코파톤이다. 해당 행사 현장에서 오픈AI는 기술 파트너로 참여해, 자사 AI 코딩 도구 ‘코덱스’와 챗GPT를 활용한 업무 방식 등을 소개하고 활용을 독려했다. 참가자들을 오픈AI 기술 생태계 ‘락인’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또 SK하이닉스는 이번 AI 해커톤 예선에서 오픈AI가 파트너로 참여한 크래프톤의 ‘코파 프로브’를 AI 역량 평가 도구 중 하나로 활용했다. 오는 11일 본선에서도 SK하이닉스와 오픈AI, 크래프톤 실무진이 함께 참여하는 AI 기술 세미나가 열린다.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을 활용하는 개발자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AI 톱 100을 진행할 시 문제 풀이 과정에서 카카오톡을 활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지난 6월 개최를 발표한 ‘에이전틱 플레이어 10’에서는 참가자들이 카카오의 개방형 개발 플랫폼 ‘플레이MCP’에 직접 개발한 AI 도구를 등록하도록 했다.
한편, 국내 주요 IT 기업의 대규모 신입 공채는 위축된 상황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지난 7년간 이어온 정기 공채 체계를 AI 시대에 맞춰 재검토하고 있으며, 카카오 역시 직무별 수시 채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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