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민 깨끗한나라 고문[깨끗한나라]
최병민 깨끗한나라 고문[깨끗한나라]

이사회는 최병민 복귀 필요 판단 불구 주총서 안건 부결

오너 일가 지분 40%인데 주총 찬성은 27.6% 그쳐

최현수 회장 단독대표 체제로…세제·펫푸드 신사업 확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깨끗한나라 오너 2세 최병민 고문(1952년생)의 경영 복귀가 주주총회에서 무산됐다. 이사회는 최근 제지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 고문의 경영 복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표대결에서 최 고문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업계에선 최고문의 딸 최현수 깨끗한나라 회장 측과 부인 구미정씨 등이 최 고문의 경영 복귀에 반대 의사를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이를 경영권 분쟁 발생으로 해석, 깨끗한나라 주가는 급등세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전날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병민 고문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부결했다. 출석 의결권 기준 찬성률은 45.5%, 반대·기권 등 비율은 54.5%였다. 이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최정규 COO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출석 의결권의 99.8% 찬성으로 통과된 것과 대조적이다.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최 고문의 경영 복귀 찬성 비율은 27.6%에 그친다.

이번 임시주총을 둘러싼 의문은 최 고문의 복귀가 이사회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이었다는 점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깨끗한나라 이사회에서는 회사의 주력인 제지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오랜 기간 제지업을 경영해 온 최 고문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사회에서 최 고문의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한 인사 가운데는 가족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최 고문은 1980년부터 깨끗한나라 경영에 참여한 오너 2세다. 2019년 장녀 최현수 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겼고 2020년 등기임원에서도 물러났다. 지난해 3월 사내이사로 복귀했으나 올해 3월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이후 고문으로 활동해 왔다.

문제는 지분구조다. 깨끗한나라의 지난 6월 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9명이 보유한 보통주는 1490만6210주로 전체의 40.03%다. 가족 중 지분이 가장 많은 인물은 장남 최정규 COO로 16.12%를 보유하고 있다. 최현수 회장은 7.70%, 차녀인 최윤수 보노아 부사장은 7.70%를 각각 보유 중이다. 최병민 고문은 3.46%, 배우자인 구미정씨는 4.96%를 갖고 있다.

희성전자도 주요 최대 주주다. 희성전자는 깨끗한나라 지분 20.62%를 보유한 개별로는 최대 지분 보유자다. 희성전자는 구본능 회장이 이끄는 희성그룹 계열사로, 최 고문의 부인인 구미정씨는 구본능 회장의 여동생이다. 구미정씨 개인 지분과 희성전자 지분을 합하면 25.58%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 40.03%에 희성전자 지분을 더하면 60.65%에 이른다. 그러나 최병민 고문 선임안에 찬성한 주식은 전체 의결권의 27.6%에 그쳤다.

지난 6월 말 지분구조가 주총 의결권 기준일까지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적어도 약 12.4%포인트는 최 고문의 경영 복귀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주주총회 공시만으로는 누가 반대표를 던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 최정규 COO가 주주 자격으로 어떤 표를 행사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구미정씨와 희성전자의 의결권 행사 방향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누가 찬성을 했는지, 반대를 했는지는 모두 비밀에 부쳐져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남는 의문은 오너 2세가 경영 복귀를 하는데 ‘표 계산’도 하지 않 상태에서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올렸느냐다. 최정규 COO의 지분 16.12%와 희성전자 지분 20.62%만 합쳐도 36.74%에 달해 두 주주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선임안 통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고문의 복귀 무산과 함께 깨끗한나라의 경영체제도 달라졌다. 회사는 4일 이동열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최현수 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8월 다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현수 회장 체제에서 깨끗한나라는 기존 제지·위생용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확대해 왔다. 지난 7월 세탁용 캡슐세제 3종과 식기세척기 타블렛 1종을 출시하며 세제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동물 브랜드 ‘포포몽’을 통해 지난 6월에는 펫푸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기업간거래(B2B) 위생용품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제조시설 투자도 진행했다. 지난 6월 청주공장에 설비용량 1.03M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했다. 연간 약 1198MWh의 전력을 자체 생산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수익성 회복은 여전히 과제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082억원, 영업손실 22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6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100억원에서 34억원으로 줄었다. 2분기에는 영업이익 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 구도에도 변화가 있다. 최병민 고문의 차녀 최윤수 부사장의 남편으로 홈앤라이프(HL)사업부장을 맡았던 하보영 상무가 최근 회사를 떠났다. 다만 퇴사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병민 고문의 복귀 무산과 이동열 대표이사의 사임이 같은 날 이뤄지면서 최현수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는 한층 분명해졌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최병민 고문이 현재의 제지업계 상황과 업황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처음에는 찬성이 과반을 넘을 것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일부 대주주 측에서 반대를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최 고문이 70대 중반이어서 건강 때문에라도 경영에선 물러나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고문의 경영 복귀 시도와 주총 부결 과정 등이 공시로 확인되면서 시장에선 이를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깨끗한나라의 주가는 5일 현재 상한가(29.93%)를 기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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