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조원태 지분 격차 불과 0.11%P

조 회장 370억 추가 매입, 재역전 예고

최대주주 바뀌면서 공정위 신고·공시도

주가 3일 새 50% 급등…추가 매집 부담

한진칼 최대주주 자리가 한 달 새 두 번 뒤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호반그룹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조 회장도 370억원 규모의 추가 주식 매입 계약을 체결, 재역전을 예고하면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칼 최대주주에 올라선 호반그룹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지분율 격차는 불과 0.11%포인트(7만5134주)다. 한진칼이 전날 공시한 호반그룹의 보유 지분은 20.69%(1381만4053주)로,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0.58%(1373만8919주)를 근소하게 앞섰다.

앞서 본지는 지난 2일 호반그룹이 장내 매수를 통해 조 회장 측을 추월하고 한진칼 최대주주에 올라섰다고 단독 보도했다. 전날 공시로 당시 보도 내용이 공식 확인됐다.

하지만 호반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는 한 달 만에 다시 바뀔 수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한진칼 주식 32만5000주(약 0.49%)를 370억5000만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매입가는 11만4000원으로, 거래 예정 기간은 오는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다.

조 회장이 계획대로 주식을 추가 취득하고 다른 지분 변동이 없다면 조 회장 측 합산 지분율은 약 21.07%로 높아진다. 이 경우 호반그룹을 0.37%포인트가량 앞서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게 된다.

한진칼도 전날 별도 입장을 통해 조 회장이 예정된 주식 매입을 완료하면 “최대주주는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 측은 다음 달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으면, 공정위에 다시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한 주주가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새롭게 최다출자자가 되면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된다. 과거 최대주주였더라도 지위를 잃었다가 다시 되찾는 경우에는 별도로 신고해야 한다. 이후 호반그룹이 추가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에 재등극하더라도 같은 절차가 반복된다.

호반그룹은 이미 지난달 한진칼 지분 추가 취득에 따른 기업결합을 신고해 공정위 심사를 받고 있다. 조 회장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되찾더라도 호반그룹에 대한 기존 심사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신고가 접수되면 지분 취득에 따른 실질적인 지배력 변화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 경쟁제한 우려가 적으면 간이심사로 마무리될 수 있지만,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시정조치를 조건으로 승인하거나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할 수도 있다. 심사 기간은 원칙적으로 30일이며, 필요하면 최대 90일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여전히 ‘단순투자’로 밝히고 있다. 양측의 주력 사업도 건설과 항공 등으로 달라 경쟁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향후 달라지는 지분 구조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한진칼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와 별개로 이뤄진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최대주주 변경은 익일공시 대상으로, 회사가 변경 사실을 확인한 다음 날까지 공시해야 한다. 실제로 한진칼은 지난 3일 호반건설 측의 통보로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확인하고 이튿날인 4일 공시했다. 향후 최대주주가 다시 바뀌더라도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 회장이 추가로 사들이는 지분 가격에 대한 해석도 변수다. 매입 예정인 32만5000주는 일본항공(JAL) 보유 물량으로 알려졌는데, 계약가격인 주당 11만4000원은 JAL의 지난 8월 평균 취득가보다 약 9.5% 낮다. 시가로는 약 39억원 차이다. 대한항공과 JAL이 지난 9월 전략적 제휴를 맺은 만큼, 향후 호반그룹이 경영 참여에 나설 경우 주식 거래가격과 양사 협력 조건의 적정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양측의 지분 확보 경쟁이 더 이어질지를 두고는 해석이 갈린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확보 경쟁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회장의 추가 주식 매입 기간이 다음 달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인 만큼, 실제 거래 완료 시점에 따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의 의결권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반면 단기간에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칼 주가가 지난달 30일 12만2900원에서 이달 4일 18만2500원으로 불과 3거래일 만에 48.5% 급등했기 때문이다. 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2조3000억원에 달해 지분 1%포인트를 추가 확보하는 데만 약 1200억원이 필요하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요 주주와 장기 투자자의 보유분을 제외하면 실제 장내 매입이 가능한 주식은 전체의 1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대주주 변경이 곧바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 회장 측은 델타항공 등 우호세력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상법에 따른 의결권 제한도 변수다. 호반그룹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호반 측 의결권은 합산 3%로 제한되는 반면, 조 회장 측은 주주별 3% 제한을 적용받아 최대 15.03%까지 행사할 수 있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내년 3월 독립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기존 이사 해임이나 정관 변경 등이 없다면 호반이 내년 주총에서 3석을 모두 확보하더라도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기는 어렵다. 정경수·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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