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중간선거도 이라크戰 장기화·與인사 스캔들 탓에 민주당 압승

부시는 럼즈펠드 국방 전격 해임…트럼프 “헤그세스 안바꾼다” 버티기

하원 제출된 헤그세스 탄핵안 향방이 ‘유임 혹은 경질’ 분수령 가능성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석방된 수감자 스티븐 허바드와 만나는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EPA]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석방된 수감자 스티븐 허바드와 만나는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야당인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한꺼번에 장악하고 주지사까지 과반을 확보한 가운데 올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결정적 패인은 ‘이란 전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레 이란을 상대로 전면적 군사작전을 개시하며 시작된 이 전쟁은 미국 내 휘발유와 경유 등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며 유권자 사이에 ‘정권 심판론’의 불을 지폈다. 8개월째에 접어든 전쟁이 부추긴 고유가로 더욱 팍팍해진 민생에 불만이 누적된 국민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의회에 대한 중간평가에서 명백히 불신임 투표를 던졌다.

미국 중간선거 역사에서 야당이 연방 의회 권력에 더해 주지사 과반까지 모두 탈환한 것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집권 2기 때 치러진 2006년 중간선거에 이어 20년 만이다. 2006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중간선거 결과 상원 51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 포함), 하원 233석, 주지사 28곳 등 3개의 주요 선거를 모두 싹쓸이했다.

이러한 결과만 봤을 때 올해 선거는 2006년 선거가 그대로 재현됐으며, 집권 여당의 패배 요인도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 2006년에도 이라크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과 명분 부족 탓에 유권자 불만이 고조됐고, 선거 전 공화당 고위직들의 부패 스캔들이 줄줄이 터진 것이 민주당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만,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사익 추구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화당이 참패한 지금의 정치 환경과 거의 일치한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 30% 초·중반대의 역대 최저치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비슷하다.

다만 공화당의 선거 참패 이후 부시 전 대통령은 전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부 장관을 곧바로 경질했다. 민심의 심판을 수용하고 강경 일변도의 이라크 전략에 수정을 시사하며 야당과의 협력을 꾀하는 한편 정권 말기 레임덕에 빠지는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정국 전환용 카드를 꺼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선거 참패가 이란 전쟁 때문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차기 의회 권력을 잡은 민주당과의 협력 의사도 밝혔다. 하지만 이란 전쟁을 결단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강경 매파였던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경질에는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헤그세스 장관 해임을 고려하는지를 묻자 “아니다”며 “나는 그가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본인도 그간 선거 후 사퇴설을 일축하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공화당에서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되면서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경우 헤그세스 경질을 결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CBS 방송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 전화하며 헤그세스 장관이 계속 자리를 지켜야하는지를 묻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에서 이길 경우 헤그세스 장관을 탄핵해 파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 하원에 제출된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향방이 그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선거를 마친 의원들이 워싱턴DC에 복귀하면 이 안건을 표결할 가능성이 크고, 엄혹한 민심을 목격한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과 함께 대거 찬성표를 던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헤그세스 엄호’를 지속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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