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매듭 묶는 중성자 차폐 섬유 구현, 한국형 우주복 개발 기대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우주 방사선을 막으면서도 옷감처럼 자유롭게 구부리고 매듭까지 묶을 수 있는 ‘세라믹 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두께 1.62㎜만으로 열중성자의 약 99%를 차단할 수 있어 달 탐사와 장기 우주 체류에 필요한 차세대 우주복 개발에 새로운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 김대윤 박사 연구팀이 높은 강도와 유연성, 내열성을 동시에 갖춘 질화붕소나노튜브(BNNT) 기반 중성자 차폐 섬유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우주 공간은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극한 환경이다. 특히 고에너지 방사선이 우주선이나 주변 물질과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2차 중성자는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위협하고 전자장비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기존 방사선 차폐 소재가 무겁거나 단단해 우주복처럼 자유로운 움직임이 필요한 장비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게와 공간 제약이 큰 우주 환경에서는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방사선을 효과적으로 막는 소재가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중성자 흡수 능력이 뛰어난 붕소를 포함한 BNNT에 주목했다. BNNT는 뛰어난 내열성과 기계적 특성을 지녔지만 쉽게 뭉치거나 부서지고 열로 녹여 가공하기 어려워 실제 섬유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BNNT와 탄소나노튜브(CNT)를 균일하게 혼합한 뒤 가느다란 노즐을 통과시키면서 나노튜브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BNNT 함량을 약 80%까지 높이면서도 강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개발된 섬유는 1기가파스칼(GPa) 이상의 인장 강도와 1000도 이상의 열적 안정성을 갖췄다. 특히 세라믹 소재임에도 일반 실처럼 매듭을 묶을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다.
방사선 차폐 성능도 뛰어났다. 연구팀이 섬유를 직물로 제작해 시험한 결과, 약 1.62㎜ 두께에서 열중성자의 약 99%를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열중성자 차폐 성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주복 제작에 필요한 대량 생산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3.5㎞ 이상의 섬유를 생산하고 기존 산업용 제직 장비를 활용해 평면형 직물과 원통형 편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별도의 특수 장비 없이 기존 섬유 제조 공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면적 방사선 차폐 직물 생산과 상용화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기술은 우주복의 팔꿈치와 무릎 등 움직임이 많은 관절 부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섬유를 여러 겹으로 쌓아 방사선 차폐 성능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향후 우주복뿐 아니라 우주선 내부와 유인 우주 거주 시설, 원자력 시설, 방사선 치료실 등 다양한 고방사선 환경의 방호 소재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대면적 직물 제조를 위한 연속·대량 생산 공정을 구축하고 큐브위성이나 우주정거장 외부 노출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우주 환경에서 소재의 장기 안정성과 신뢰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김대윤 KIST 박사는 “장기 우주 체류 시대에 필수적인 극한 환경 인체 보호 원천 소재를 국내 기술로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검증을 거쳐 독자적인 한국형 우주복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