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시설 확충·재정 자립 시급”
직원 호봉제 도입·27개 동 체육회 활성화…지역 체육 기반 강화
파크골프장·테니스장 확충 추진…도심 유휴공간 활용 제안
서울 25개 자치구체육회 처우 격차 해소…급여체계 개선 촉구
공공체육시설 위탁 확대…자체 수익 통한 재정 안정 강조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주민 누구나 집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생활체육 정책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체육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를 시설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종목별 공간 부족과 이용 불편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체육을 책임지는 지방체육회 역시 제한된 예산과 인력 운영의 어려움 속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원섭 서울시자치구체육회협의회장(송파구체육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체육시설 확충과 지방체육회의 재정 안정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체육활동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조직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지역 생활체육도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회장은 2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송파구체육회 직원 호봉제 도입과 27개 동 체육회 활성화 등 그동안의 운영 성과를 소개하고, 서울시 25개 자치구체육회가 공통으로 직면한 재정과 인력 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공공체육시설 운영에 지방체육회의 참여를 확대해 자체 수입을 확보하고 이를 주민 체육활동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직원 호봉제 도입…27개 동 생활체육 활성화
김 회장이 취임 이후 역점을 둔 분야는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체육회 직원들이 장기적인 근무 계획을 세우고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지역 체육 발전의 기본 조건이라고 봤다.
기존 송파구체육회는 근속연수와 직무에 따른 급여 차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장기근속 직원과 신규 직원 간 보수 차이가 크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김 회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송파구와 협의를 진행했고, 직급과 근속연수를 반영한 호봉제를 도입했다. 공무원 급여체계를 참고해 급여와 수당을 정비하면서 직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지역 생활체육의 기초 조직인 동 체육회 활성화에도 힘을 쏟았다. 송파구 27개 동 체육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동별 체육행사 개최를 확대해 주민들의 참여 기회를 넓혔다. 체육활동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이웃 간 교류와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종목별 체육단체의 행정 여건도 개선했다. 독립적인 사무공간이 부족했던 축구와 야구 등 여러 종목단체에 사무공간을 마련해 단체 운영의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김 회장은 직원 처우 개선, 동 체육회 활성화, 종목단체 지원, 체육시설 확충을 핵심 과제로 삼아 지역 체육의 기반을 다져왔다고 설명했다.
“운동할 공간이 부족하다”…체육시설 확충 절실
조직 운영의 개선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생활체육시설 부족이다. 송파구는 인구 규모에 비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높은 토지가격으로 신규 부지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 특히 파크골프와 게이트볼, 테니스 등 생활체육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설 수요와 공급 사이의 불균형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동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목단체들이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용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프로그램 확대나 참여 인원 증가만으로는 생활체육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종목단체 사람들의 꿈이 운동장이에요. 뭘 하려고 해도 없잖아요. 파크골프를 치려면 화천이나 양평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도심 유휴공간의 적극적인 활용을 제시했다. 고가도로 하부와 공공 유휴부지에 체육시설을 조성하고,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연계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실내체육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특히 정비사업 과정에서 주민 개방형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 확보가 쉽지 않은 도심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체육시설 공급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한강변 등 공공부지를 활용한 파크골프장 조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부지 관리 권한과 환경보전 규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만큼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이트볼처럼 다른 종목과 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는 종목별 특성을 고려한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회장은 체육시설 확충이 단순히 운동 공간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주민 건강 증진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주민들이 일상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 확보에 힘쓸 계획이다.
자치구체육회 재정 안정·직원 처우 개선 시급
김 회장의 관심은 송파구를 넘어 서울시 25개 자치구체육회의 운영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자치구체육회협의회장으로서 자치구별로 다른 직원 처우와 재정 지원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자치구체육회는 지역 생활체육 활성화라는 공통된 역할을 수행하지만 직원 급여체계와 예산 규모, 시설 운영 여건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부 자치구에서만 호봉제를 운영하고 있어 동일한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처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호봉제가 안 된 데가 거의 다예요. 지금 돼 있는 데가 송파, 도봉 등 한 5\~6개밖에 안 돼요”라고 했다.
그는 대한체육회와 서울시체육회,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지방체육회 직원들의 직급과 호봉, 급여체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육회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전문성 확보가 결국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생활체육 서비스의 질과 연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재정 구조 개선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 자치구체육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자체적인 사업 추진과 중장기 운영계획 수립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방체육회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체육시설 위탁 운영 확대를 제안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마련된 지방체육회의 공유재산 관리 위탁 관련 제도를 적극 활용해 지역 체육시설 운영에 지방체육회의 참여를 넓히자는 구상이다.
지방체육회가 공공체육시설 운영에 참여하면 시설 관리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체 수입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다시 생활체육 프로그램과 종목단체 지원에 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질적인 재정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위탁 운영에 따른 권한과 책임, 수익 활용 구조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남는다.
김 회장은 “제일 힘든 게 예산이에요. 예산을 편성할 때 체육회 돈으로 딱 편성해 주면 좋은데, 이게 참 쉽지 않아요”라고 했다.
복권기금 등 체육진흥 관련 재원의 배분 방식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역별 인구 규모와 생활체육 수요 등을 고려해 지방체육회에 안정적으로 재원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균형 발전도 강조했다. 두 분야의 통합 취지가 지역 체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종목단체의 활동 기반을 강화하고 생활체육 참여 확대가 우수 선수 육성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이 제시한 지방체육회의 발전 방향은 시설과 사람, 재정이라는 세 가지 과제로 압축된다.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체육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지방체육회가 자체적인 재정 기반을 갖추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앞으로 송파구의 생활체육시설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서울시자치구체육회협의회를 중심으로 직원 처우 개선과 재정 지원체계 정비, 공공체육시설 위탁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방체육회가 단순히 지원 예산을 집행하는 조직을 넘어 지역 체육정책을 주도하는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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