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4일 매일 새로운 경매와 전시

김환기 블루 전면점화 국내 최초 공개

야요이·허스트부터 포켓몬 카드까지

김환기의 블루 전면점화 ‘30-XI-71 #212’(1971). [서울옥션 제공]
김환기의 블루 전면점화 ‘30-XI-71 #212’(1971). [서울옥션 제공]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10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매일 새로운 경매와 전시로 만날 수 있는 미술 축제가 펼쳐진다.

서울옥션은 오는 11~24일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2026 옥션쇼(AUCTION SHOW)’를 개최한다. 2주간 12개의 경매와 8개 전시, 브랜드 팝업, 강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윤현식 서울옥션 해외전략팀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아트페어가 갤러리들을 위한 페어라면, 옥션쇼는 옥션이 주를 이루는 페어”라며 “옥션과 전시, 브랜드 팝업 등이 함께 열리는 하이브리드 형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옥션쇼는 기존 컬렉터는 물론 미술과 경매가 낯선 관람객도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목표다.

국내외 거장들의 수십억원대 작품은 물론 0원에서 시작하는 포스터, 판화 등도 선보여 경매에 처음 참여하는 관람객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쿠사마 야요이 ‘호박(Pumpkin)’(1995). [서울옥션 제공]
쿠사마 야요이 ‘호박(Pumpkin)’(1995). [서울옥션 제공]

김환기 블루 전면점화 등 초고가 작품 경매에

우선 오는 23일 오후 5시에는 이브닝 세일이 열린다. 34점, 총 190억원 규모의 초고가 작품들이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김환기의 블루 전면점화 ‘30-XI-71 #212’(1971)이다. 미국 소장가가 오랜 세월 간직하다 내놓은 작품으로, 푸른 점들이 화면을 채우며 색채의 농담과 반복의 리듬을 만들어낸 작가의 말년 화풍을 볼 수 있다. 최소 추정가만 28억원이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천국(The Importance of Elsewhere-The Kingdom of Heaven)’(2006)은 실제 나비로 구성한 대형 회화로, 낮은 추정가는 24억원이다. 멀리서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나비의 형체가 드러나, 장식적인 아름다움과 생명의 유한성을 떠올리게 한다.

알렉스 카츠의 대형 회화 ‘분할(Split) 7(Tarajia)’(2014)는 경매 시장에 처음 나온다. 인물과 해변 풍경을 나란히 배치한 작품으로, 간결한 색면과 절제된 표현을 통해 일상의 장면을 포착했다.

지난 8월 별세한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네 점도 출품된다. 빨간색 ‘호박(Pumpkin)’(1995)은 추정가 12억~16억원, 노란색 ‘호박’(1995)은 7억8000만~12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꽃(Flowers)(1)’(1997)은 검은 바탕 위에 붉은색과 노란색의 꽃, 초록색 잎과 줄기, 청록색 화병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작품으로, 9억~16억원에 출품된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From Point)’(1977)는 추정가 12억5000만원에서 출발한다. 반복되는 푸른 점들이 안료의 농담에 따라 리듬을 이루며, 붓의 흔적과 여백이 어우러지는 작가의 조형 언어를 보여준다.

김창열의 ‘물방울’, 장욱진의 ‘가족’, 박서보의 ‘묘법’, 윤형근의 ‘갈색-청색(Umber-Blue) 76-77’ 등도 소개한다.

요셉 알버스의 ‘사각형에 대한 경의(Homage to the Square)’(1969)는 추정가 3억5000만~6억5000만원에, 요시토모 나라의 ‘미니 퍼프 마시스(The Mini Puff Marshies)’(2006)는 추정가 1억원, 장 미셸 오토니엘의 ‘황야의 매듭(Noeud Sauvage)’(2018)는 추정가 7000만원에 출품된다.

데이미언 허스트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천국(The Importance of Elsewhere-The Kingdom of Heaven)’(2006). [서울옥션 제공]
데이미언 허스트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천국(The Importance of Elsewhere-The Kingdom of Heaven)’(2006). [서울옥션 제공]

매일 4시 경매…아트 포스터·프린트도

이번 옥션쇼에선 매일 4시 새로운 경매가 찾아온다.

24일 열리는 컨템포러리 데이 세일에선 73점, 총 41억원 규모의 근현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자’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을 모티프로 한 우국원의 ‘헤스터(Hester)’(2023)와 서도호가 STPI에서 제작한 대형 에디션 ‘카르마 저글러(Karma Juggler)’(2010), 이강소의 오리 회화 ‘섬으로부터(From an Island)-99064’(1999) 등이 소개된다.

14일 국세청 특별 경매에선 에르메스 핸드백부터 골드바까지 고액 체납자 럭셔리 압류품 공개 매각이 이뤄진다.

20일 유니세프 자선 경매는 세계 어린이의 날을 맞아 에바 알머슨, 브라이언 레아, 이배, 김선우, 최혜지 등 국내외 작가들이 기부한 작품으로 구성된다.

경매 초보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경매도 있다.

12일 아트 포스터 경매는 앤디 워홀, 뱅크시 등의 포스터를 선보이고, 13일 프린트 경매에선 국내외 판화를 시작가 0~1만원에 판매한다.

에바 알머슨 ‘Amar Love’. [서울옥션 제공]
에바 알머슨 ‘Amar Love’. [서울옥션 제공]

피카소·샤갈…근대 미술 거장 작품 한자리에

옥션쇼 기간 내내 열리는 ‘모던 전시’는 19~20세기 근대 미술 거장들의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총 작품가액 500억원 이상의 규모다.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오귀스트 르누아르, 조르조 모란디, 베르나르 뷔페 등 해외 근대 거장과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도상봉, 이인성, 김종영 등 한국 근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서구와 한국의 근대미술을 조명한다. 각기 다른 시대와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표현을 발전시킨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인물(Personnage)’(1971)는 남프랑스 무쟁에서 말년을 보내던 작가가 아흔 무렵 그린 인물화다. 옆에서 본 길쭉한 코와 정면을 향한 눈이 한 얼굴에 놓이고, 푸른 색면과 굵은 윤곽선이 인물의 형상을 구성한다.

마르크 샤갈의 ‘검은 달(La lune noire)’(1968~1971)는 작가가 80대에 그린 작품이다. 기억과 상상을 통해 화면의 공간을 확장한 원숙기의 화풍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오귀스트 르누아르, 조르조 모란디의 회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김환기의 ‘무제’는 작가의 외조카 서근영을 그린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세일러복을 입은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윤형근 화백의 유족이 오랫동안 소장해 왔다.

이 밖에 박수근의 ‘빨래터’, 이중섭의 ‘황소’, 도상봉의 ‘라일락’, 이인성의 ‘사과가 있는 정물’, 김종영의 조각 작품 등도 소개한다.

데본 드 자댕의 ‘빛이 드리운 자리(WHERE THE LIGHT FALLS)’(2026). [서울옥션 제공]
데본 드 자댕의 ‘빛이 드리운 자리(WHERE THE LIGHT FALLS)’(2026). [서울옥션 제공]

디에잇 앨범 그림·포켓몬 카드 전시도

케이팝 스타의 앨범 재킷 그림과 포켓몬 카드 같은 이색적인 전시도 재미를 더한다.

그룹 세븐틴의 멤버 디에잇(THE 8)의 솔로 앨범 커버 아트를 협업한 미국 작가 데본 드 자댕의 ‘빛이 드리운 자리(WHERE THE LIGHT FALLS)’(2026)를 비롯한 ‘플라워(Flower)’ 연작이 11~17일 전시된다. 판화 에디션도 한정 수량 판매될 예정이다.

‘프리미엄 포켓몬 카드 V.2’는 반 고흐 미술관 협업 카드 ‘그레이 펠트 모자를 쓴 피카츄(Pikachu with Grey Felt Hat)’ 100장과 뭉크의 ‘절규’를 재해석한 포켓몬 프로모 카드 5종 세트를 공개하는 전시로, 19~24일 열린다.

일본 마이니치 옥션은 19~21일 ‘한국 고미술’을 전시한다. 이 밖에 아우디, 티 하우스 일지, 인치-인치 마켓 등 브랜드 팝업도 마련된다.

‘2026 옥션쇼(AUCTION SHOW)’ 포스터. [서울옥션 제공]
‘2026 옥션쇼(AUCTION SHOW)’ 포스터. [서울옥션 제공]

“매년 옥션쇼 계획…미술 시장에 활기”

서울옥션은 이후에도 매년 ‘옥션쇼’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윤 팀장은 “추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나 코엑스로 장소를 넓혀 옥션쇼를 더 크게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지난 2007년처럼 다른 옥션들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 시장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고액 자산가가 늘어나는 만큼 경매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윤 팀장은 “매달 경매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고객도 많다. 새로운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관람, 참여, 소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아트페어”라고 했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이번 옥션쇼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경매 시장이 젊어지고 있다. 30~40대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미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한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