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금 원자 자리 미리 설계, 함량 14.9% 고밀도 촉매 합성 성공

- 수소 생산 장치서 500시간 안정 작동, 성능 저하 속도 1/4분

망상 배위 전략을 이용한 고함량 백금 단원자 촉매의 합성 모식도 및 전자 현미경 사진.[IBS 제공]
망상 배위 전략을 이용한 고함량 백금 단원자 촉매의 합성 모식도 및 전자 현미경 사진.[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비싼 백금 사용량을 63% 줄이면서도 수소 생산 장치의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단장과 성영은 부단장, 이병훈 고려대 교수, 김민호 경희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백금 함량을 14.9%까지 높이면서도 원자 단위로 고르게 분산시키는 새로운 촉매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백금은 수소 생산과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고성능 촉매 소재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금을 원자 하나씩 분산시키는 ‘단원자 촉매’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문제는 백금 함량을 높이면 원자들이 서로 뭉쳐 큰 입자로 변하면서 촉매 효율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존 기술로는 백금 함량을 대체로 1%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촉매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백금 원자의 위치를 지정하는 ‘망상 배위’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금속과 유기물이 규칙적으로 연결된 금속-유기 골격체를 활용해 세륨과 산소로 이뤄진 구조에 백금 원자를 하나씩 고정했다. 이후 열처리를 통해 전체 구조를 세리아(산화세륨)로 전환했다.

이렇게 만든 촉매는 전체 무게의 14.9%를 백금으로 채우면서도 원자 단위의 분산 상태를 구현했다.

특히 수소 환경에서 300~500도의 고온으로 처리한 뒤에도 백금이 큰 입자로 성장하는 현상을 억제했다. 일부 백금 원자가 작은 군집을 형성했지만 세리아와의 강한 결합 덕분에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개발한 촉매를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장치에 적용해 500시간 동안 운전했다. 그 결과 기존 상용 촉매보다 백금 사용량을 약 63% 줄이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했다.

고함량 백금/세리아 촉매의 수전해 장기 구동 성능 및 내구성 평가.[IBS 제공]
고함량 백금/세리아 촉매의 수전해 장기 구동 성능 및 내구성 평가.[IBS 제공]

장치의 성능 저하를 보여주는 전압 상승 속도 역시 기존 상용 촉매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적은 양의 백금으로 수소 생산 장치를 더욱 안정적으로 운전할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이번 기술은 수소 생산을 넘어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와 화학 원료 생산 등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백금뿐 아니라 이리듐과 로듐 등 다른 귀금속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메탄 건식 개질, 자동차 유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삼원 촉매 등 고온 반응 환경에서도 금속 입자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지 검증할 예정이다.

현택환 단장은 “수소 생산 장치에서 확인한 성과는 이번 합성 전략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귀금속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오래 작동하는 촉매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세시스(Nature Synthesis)’ 10월 22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