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 카나가와현 요코하마지부, BIFAN과 이틀간 AI 영상 제작 교육

강연·제작 실습부터 작품 상영·수료식까지…세대와 언어 넘어 창작 경험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지부가 1일 개최한 AI 영상 제작 교육 현장. [김세진 기자]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지부가 1일 개최한 AI 영상 제작 교육 현장. [김세진 기자]

[헤럴드경제(요코하마)=김세진 기자] “첫 화면에 한국어와 일본어 제목, 그리고 감독 이름을 적어 주세요.”

1일 일본 요코하마의 AI 영상 제작 교육 현장. 작품 편집을 마무리하던 참가자들에게 마지막 안내가 전해졌다. 영상 첫머리에 들어갈 이름은 이틀 동안 이야기를 구상하고 장면을 만들어 온 참가자 자신의 이름이었다. 영화를 보던 재일동포 어린이들이 스스로 만든 ‘1분 AI 영화’의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이번 교육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지부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와 협력해 마련했다. 어린 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 22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이들은 AI로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고, 완성한 작품을 교육장 인근 동네 영화관에서 함께 감상했다.

행사의 중심에는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이 있었다. AI의 기능을 설명하거나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하고, 필요한 장면을 구성해 짧은 영화로 완성하는 과정을 밟았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1분 영화는 상상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옮기는 첫걸음이었다. 짧은 분량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무엇을 먼저 보여주며, 어떻게 마무리할지 선택해야 했다. 도구의 도움을 받더라도 작품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는 참가자 자신이었다.

첫날에는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의 강연과 배준원 영화감독의 AI 영상 제작 교육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AI가 영화 제작 환경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보고, 제작 도구를 활용해 이야기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실습에 참여했다.

강연에서 접한 기술의 가능성은 제작 경험으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구상을 영상으로 옮기면서 AI 도구의 활용법을 익혔다. 설명을 듣고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을 거쳐 각자의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둘째 날에는 강연에 이어 작품을 마무리하고 상영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교육의 마지막 목표는 편집을 끝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완성한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함께 감상하는 과정까지 포함됐다.

요코하마 한 영화관에서 수료생들의 제작 영화상연을 설명하는 신철 BIFAN 집행위원장 사진 [김세진 기자]
요코하마 한 영화관에서 수료생들의 제작 영화상연을 설명하는 신철 BIFAN 집행위원장 사진 [김세진 기자]

수료생 22명의 작품이 상영된 곳은 교육장 인근의 동네 영화관이었다. 각자 작업하던 화면 속 짧은 영상들이 영화관 스크린에 올랐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관객의 자리에서 다시 마주하고, 다른 수료생의 작품도 함께 감상했다.

상영회와 수료식에는 노준서 주요코하마총영사관 부영사와 박선영 카나가와한국종합교육원장, 주명희 카나가와 한인회장, 민단 요코하마지부 관계자 및 단원들이 참석했다. 지역 동포사회가 함께한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단 작품을 선보이며 이틀간의 교육을 마무리했다.

제작 교육에 실제 영화관 상영을 결합한 구성은 참가자와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었다. 수료생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기회가 됐고, 동포사회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 구성원들의 창작 결과를 함께 확인하고 응원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어린 참가자들에게 영화관 상영은 제작 실습의 의미를 넓히는 경험이었다.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하는 것은 물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과정까지 밟았기 때문이다. 이틀간의 배움이 한 편의 영화로 남고, 지역사회가 그 결과물을 함께 감상했다.

주강사를 맡은 배준원 감독은 다양한 세대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영화를 만든 점을 이번 교육의 특징으로 꼽았다.

배 감독은 “특정한 한 분야의 사람들이 아니라 다양한 직종과 환경,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뜻깊었다”며 “색다르고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이번 교육에는 전문 창작자뿐 아니라 학생과 성인이 함께 참여해 각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겼다. 나이와 생활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제작 과정을 경험하고 서로의 작품을 나눴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한국에서도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해 온 배 감독은 어린 참가자들의 열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국가를 떠나 모두 엄청난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언어 차이에 대한 우려도 실제 교육 과정에서는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배 감독은 “초반에는 걱정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언어가 달라도 결국 영상의 언어와 창작의 언어는 같다”며 “참가자들이 굉장히 잘 따라왔다”고 말했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오가는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향한 목표는 같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장면으로 만들고, 이를 연결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작품 제목과 감독 이름을 두 언어로 표기한 마지막 작업도 이러한 교육 현장의 특징을 보여줬다.

이번 배움의 자리를 지역 동포사회와 연결한 주체는 민단 요코하마지부였다. BIFAN이 축적한 교육 경험을 일본에서도 활용하자는 논의를 실제 사업으로 이어가고, 지역 참가자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협력을 추진했다.

요코하마지부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민단 가나가와현본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예산 확보에 나섰다. 가나가와현본부를 통한 재외동포청의 예산 지원에 민단 단원들의 도움이 더해지면서 현지 교육을 뒷받침했다.

유선유 요코하마지부 총무과장은 지역에 필요한 교육을 추진하고 현본부와 단원들의 협력을 모아 어린이와 청소년의 참여 기회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지역 지부가 교육 수요를 찾아 전문기관과 연결하고, 동포사회가 이를 지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번 워크숍은 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의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양국 참가자들이 함께 영상 작품을 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민단 요코하마지부 측은 “이번 교육을 통해 한일 양국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창작 활동에 참여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쌍방향 문화교류’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민단 요코하마지부는 단순한 재일동포 단체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어가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양일 BIFAN AI전문위원은 “처음부터 예산이 마련돼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어렵게 시작했다”며 “지난해의 어려움을 바탕으로 올해는 더 준비하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교육 시간은 제작 실습을 강화하는 기반이 됐다. 참가자들은 새로운 도구를 익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발전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지난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교육을 보완한 결과다.

BIFAN AI교육팀은 그동안 쌓아 온 영상교육 경험을 이번 현장에 적용했다.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영상 기술을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AI 교육과정을 발전시켜 왔으며,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단계를 넘어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도록 지원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강사를 맡은 영화감독인 배준원 작가는 2024년 BIFAN AI 국제경쟁부문에서 수상하고, 지난해 AI영상교육센터부천의 AI+XR 워크숍을 수료했다. 올해는 재일동포 참가자들의 작품 제작을 이끄는 강사로 요코하마 교육에 합류했다.

이틀 간의 교육이 끝난 뒤 수료생 22명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담긴 1분 영화가 남았다. 이야기를 구상하고, 장면을 만들고, 영화관에서 관객에게 선보이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 결과물이었다. 동네 영화관에서 열린 상영회는 그 배움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자리이자, 재일동포 어린이들이 자신의 창작 가능성을 확인하는 무대가 됐다.


sj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