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손실 전액 보전 밝혔지만

국내거래소, 무과실 배상 의무 공백

기본법 제정 지연 이용자 보호 격차

8조원대 해킹 피해를 입은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사흘 만에 출금을 재개했다. 바이낸스는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규모 자산 탈취때 이용자 피해를 누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는 여전히 쟁점이다. 국내에서도 거래소에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이를 담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은 지연되고 있다. <본지 6월 4일자 20면 참조>

바이낸스가 1일 공개한 준비금 증명(PoR)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테더(USDT), 엑스알피(XRP) 등 주요 디지털자산 10종의 준비금 비율은 100% 이상이었다. 바이낸스는 해킹으로 부족해진 고객 자산의 약 95%를 전체 자금과 이용자보호기금(SAFU), 보험기금 등으로 보충했다고 밝혔다. SAFU는 바이낸스가 2018년부터 거래 수수료 일부를 적립해 비상 상황에 대비해온 기금이다.

최근 국내 거래소에서도 해킹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용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고팍스와 프라뱅에 이어 빗썸에서도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에서는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인 다우오피스에 외부인이 무단 접근하는 사고가 발생해 고객 844명의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신분증 사본 등 주요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또한 프라뱅에서는 1억원 규모의 고객 자산까지 탈취돼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거래소에서 바이낸스와 같은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용자 손실을 어디까지 보전받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사업자가 핫월렛 보관 자산 가치의 5% 이상을 보상할 수 있도록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도록 규정한다.

원화마켓 거래소는 최소 30억원, 코인마켓 거래소 등은 최소 5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거래소가 모든 손실을 배상할 의무는 명확하지 않다. 전자금융거래법은 금융회사 등이 해킹 사고로 이용자 피해를 낸 경우 원칙적으로 무과실 배상하도록 하지만, 디지털자산 거래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서류 중심의 보안 점검을 넘어 현장 점검과 시정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안 전수조사를 짚으며 “12개 항목을 자체 평가하도록 하는 서류 심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번 해킹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입법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신시아 루미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31일 “클래리티법이 있었다면 수사기관의 요청 즉시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의심 거래를 동결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를 제공했을 것”이라며 “1분이라도 지체되면 자금은 영영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에 맞춰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기본법에 거래소의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위원회에서는 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전산 보안 기준을 강화하고 해킹 등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에게 무과실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6월 헤럴드경제에 “무과실 책임배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금법상 조항도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기존 금융권에서 전금법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이 보호받는 것처럼 디지털자산 이용자들도 비슷한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기본법이 마련되지 않아 업권 간 이용자 보호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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