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영원한 수사반장’이자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2일 영면에 든다.
고인의 유족과 동료 배우들은 이날 오전 7시 40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비공개로 발인식을 엄수한 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으로 향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전 9시에는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장례 미사가 열린다.
고인은 2018년 10월 염 추기경 주례로 천주교 세례를 받았고,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도 염 추기경에게 병자성사(病者聖事)를 받았다.
장례 미사에서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불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임형주는 최불암과 아내 김민자 부부와 각별한 사이로, 평소 최불암을 ‘이모부’라고 부르며 친분을 이어왔다.
운구 행렬은 장례 미사가 끝난 후 10시 40분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찾는다.
최불암은 1981년 아동 후원을 시작하며 재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45년간 국내외 아동 복지 현장을 누비며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을 돕고 나눔의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고인은 생전 사후에 재단을 방문해달라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에서는 임직원들이 도열해 고인의 영정을 맞이하고, 직원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하며 그의 헌신을 기린다. 이후 재단 1층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장례위원들이 헌화하고, 고인의 영정이 재단 내부를 둘러본다.
마지막 인사를 마친 뒤에는 장지인 파주 동화경모공원으로 향한다.
최불암은 1959년 극단 ‘실험극회’에서 연극 ‘햄릿’으로 데뷔해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KBS에서 드라마에 진출한 후 MBC를 중심으로 130여 편의 드라마와 90여 편의 영화, 50여 편의 연극을 누비며 ‘국민 배우’로 활약했다.
그는 한국형 수사물의 시초격으로 18년간 방송한 MBC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의 박영한 반장, 22년간 방영한 국내 최장수 드라마 MBC ‘전원일기’(1980∼2002)의 양촌리 김 회장, 마지막회 시청률이 66.9%에 달했던 MBC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의 캡틴 박 등 소탈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역할로 안방극장에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스크린에선 ‘만종’(1970), ‘파계’(1974), ‘사람의 아들’(1980), ‘바람불어 좋은 날’(1980),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에 출연하며 신상옥·김기영·유현목·이장호·배창호 등 당대 거장들의 작품을 빛냈다.
친근한 이미지로 1970∼90년대 각종 인기 순위 조사에서 1위를 휩쓴 그는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잠시 정계에 발을 들여 통일국민당 비례대표(당시 전국구의원)로 제14대(1992∼1996)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좋은나라 운동본부’(1999∼2008), ‘한국인의 밥상’(2011∼2025)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오래 활약하며 시청자들의 삶과 함께했다.
백상예술대상·대종상영화제 연기상과 국민훈장 목련장(1998), 은관문화훈장(2014) 등을 받았다. ‘수사반장’으로 경찰의 이미지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1972년 처음 명예 경찰에 위촉돼 2024년 민간인 중 처음으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이 됐다.
미아 찾기와 희소병·난치병 어린이 돕기 특별 생방송에 출연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을 지내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도 펼쳤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졌고, 재활에 힘써왔으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한국 TV 드라마의 성장기를 이끈 고인의 공로를 치하하며 별세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사흘간 문화예술계와 정·재계 등 각계 인사들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과 ‘전원일기’에서 22년간 부부로 출연한 김혜자를 비롯해 유인촌, 고두심, 김지영·남성진 부부, 임호, 김영옥, 이계인 등 ‘전원일기’ 가족들이 대거 빈소를 찾았다.
윤여정, 나문희, 강부자, 오지명, 선우용여, 박상원, 차인표, 송승헌 등 동료 배우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영세·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전 야구선수 박찬호 등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드라마 ‘사모곡’(1987)에서 김민자와 모녀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고인을 ‘아버지’라 불렀던 김혜수는 사흘간 빈소를 찾아 조문객을 안내하고 유족 곁을 살뜰히 지켰다.
husn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