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개발한 기술정보 무단 활용

새 납품업체 품질 문제 해결에 이용

무형의 기술정보 탈취 첫 제재 사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자동차 부품업체 한세모빌리티가 협력업체가 2년 넘게 개발한 기술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해 자신의 명의로 특허까지 등록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한세모빌리티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정보를 부당하게 사용해 특허를 출원·등록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한세모빌리티는 자동차 엔진의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 제조업체다. 문제가 된 기술은 드라이브 샤프트에 들어가는 부품인 ‘튜뷸러 샤프트’의 강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최적의 심부경도 수치다.

심부경도는 열처리한 금속 부품의 중심부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자동차 부품이 높은 회전속도와 회전력 등을 견디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다.

기존 협력업체인 K사는 한세모빌리티로부터 해당 부품의 개발을 위탁받아 2년 이상 개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열처리를 거친 부품 샘플 1600여개와 검사성적서 28부를 제출했고 기존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품의 강도를 최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심부경도 범위를 도출했다. K사는 이 수치를 별도로 관리하며 비밀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한세모빌리티는 구매단가 절감 등을 목적으로 협력업체를 이원화하고 궁극적으로 거래처를 변경하기로 내부 결정했다. 기존 협력업체인 K사에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다른 업체인 D사와도 부품 개발·제조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D사가 제출한 부품 샘플의 강도가 발주처의 요구 기준에 계속 미달하면서 불거졌다. 한세모빌리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K사와 D사의 샘플을 비교·분석했고 두 업체 제품의 강도 차이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심부경도 수치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K사의 기술정보에서 확인한 차이점을 D사 샘플에 적용하자 단 한 번의 샘플 테스트만으로 강도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세모빌리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K사가 제출한 열처리 검사성적서를 검토하고 샘플을 파괴검사하는 방식으로 최적의 심부경도 범위를 확인했다. 이후 K사와 협의 없이 해당 수치와 사실상 동일한 범위의 수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허를 2020년 2월 단독 출원했고 2021년 7월 자신의 명의로 등록했다.

한세모빌리티는 해당 수치를 독자적인 실험과 분석을 통해 도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한세모빌리티가 개발 과정에서 심부경도 수치를 직접 관리한 사실이 없고 특허 출원을 위한 발명신고서에 K사의 샘플 테스트 결과를 그대로 인용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한세모빌리티가 품질 확인을 위해 제공받은 시제품과 검사성적서 등을 품질확인이라는 합의된 취득 목적을 벗어나 자신의 특허권 확보에 사용한 행위가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K사가 경쟁력의 기반인 기술정보를 탈취당하면서 향후 제품 개발과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번 사건은 문서나 도면처럼 형태가 있는 자료뿐 아니라 시제품을 분석·실험해 알아낼 수 있는 분석 결과나 노하우 등 무형의 정보도 하도급법상 기술자료로 인정해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중견기업이 소기업인 협력업체의 기술정보를 무단으로 역분석하고 이를 자신의 특허로 등록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