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 자산 이더리움으로 전환…추가 자금세탁 경고
바이낸스, 자체 자금 등으로 부족분 90% 보충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자산을 이더리움으로 전환해 자금세탁에 나선 정황도 확인되면서 미국 수사당국은 추가 자금 이동 가능성을 경고했다.
FBI는 31일(현지시간)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60억달러 이상의 디지털자산 탈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해킹 사고가 발생한 이후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을 중심으로 북한 배후설이 제기된 데 이어 미국 수사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FBI는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디지털자산을 이더리움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세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탈취 자산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세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이번 공격의 배후로 북한 해킹 조직인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TRM랩스는 북한 해커들이 바이낸스의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걸쳐 약 63억6000만달러 상당의 디지털자산을 탈취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약 20분 만에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했다.
체이널리시스 역시 지난달 비트겟 해킹 사건의 탈취 자금과 바이낸스 탈취 자금이 온체인상에서 혼합되는 정황을 파악했다며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지난해 2월 발생한 바이비트 해킹 사건에도 연루된 북한 해킹 조직이다. 당시 바이비트에서는 약 15억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이 탈취됐으며 FBI는 북한이 해당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바이낸스 해킹 피해 규모는 바이비트 사건의 4배를 웃돈다. 현재까지 알려진 디지털자산 거래소 해킹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29일 해킹 사고 이후 자산 유출을 막기 위해 출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피해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테더와 서클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도 탈취 자산 동결에 나섰으며 바이낸스는 약 30억달러 규모의 관련 자산이 동결됐다고 전했다.
해킹 경위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바이낸스는 초기 조사에서 개발 운영 조직인 데브옵스(DevOps)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침해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후속 조사 과정에서 추가 침입 지점이 발견됐다고 공지했다. 구체적인 침입 경로와 공격 수법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고객 자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자체 자금과 이용자보호기금(SAFU) 등을 활용해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SAFU는 바이낸스가 해킹 등 예기치 못한 사고로부터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설립한 비상 준비금으로 거래 수수료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 조성했다.
바이낸스는 31일(현지시간) 해킹으로 탈취된 자산의 부족분 가운데 약 90%를 보충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테더(USDT), 엑스알피(XRP) 등 주요 디지털자산 10종에 대해서는 고객 보유량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100% 확보했다.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자산은 유동성이 낮은 토큰으로 시장 및 장외거래(OTC)를 통해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kyo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