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중 여성 94.9%…고령 여성 생계 수단
돌봄 현장 누적성 질환 비율, 여성이 남성보다 높아
통계·정책 사각지대…성·연령·업종별 세분화해야
국내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7배에 달한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노인의 삶은 더 곤궁하다. 여성 노인들은 오랜 시간 ‘가족 돌봄’에 헌신하길 요구받았고 집 밖에서의 경력을 내려놔야 했다. 이 경력 단절은 그들에게 직업인으로서 존재감을 옅게 만들었고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했다. 나이 든 그들은 매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헤럴드경제는 여성 노인의 젊은 시절 헌신이, 시간이 지나 가난과 불안으로 ‘청구’되는 구조를 조명했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전새날·이영기 기자] “요양보호사 평균 나이는 63세입니다. 요양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이들은 고령 탓에 ‘산재’가 아닌 ‘노화’ 아니냐는 지적도 빈번합니다.” (민주노총 돌봄서비스노조 관계자)
노후 소득이 부족해 일을 이어가야 하는 고령 여성들. 일터의 통증은 단순한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적인 노동으로 건강이 나빠져도 쉽게 쉬거나 치료에 전념하기 어렵다. 일을 지속하지 못하면 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요양보호사 등 돌봄 노동은 고령 여성의 주요 일자리 중 하나로 꼽힌다. 이들은 입소자를 부축하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허리와 어깨 등에 통증이 누적되기 쉽다. 아파도 마음 놓고 쉬기 어렵고 장기간 쌓인 통증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렵다. 노후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노동이 오히려 건강과 소득을 위협하는 또 다른 위험이 되는 셈이다.
돌봄 노동자들, 건강문제·상태·위험 노출 커
31일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등 돌봄 노동자는 5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성은 48만명(94.9%)에 달했다. 돌봄 노동은 고령 여성의 주요 고용 영역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들이 일하는 환경의 신체적 위험은 충분히 조명되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3년 제7차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령 여성 임금근로자는 남성보다 4개 인간공학적 위험 요인 가운데 3개 요인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고령 여성 임금근로자의 30% 이상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해당 업종 통계를 살펴보면 4개 위험 요인은 모두 여성의 노출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손과 팔의 반복적인 움직임에 노출된 고령 여성은 절반을 넘었다.
현장에서는 입소자를 씻기고 옮기는 과정에서 부상이 잦다. 강신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분회장은 “목욕 지원 과정에서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한다”며 “입소자를 부축하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허리뿐 아니라 어깨와 무릎, 팔꿈치, 손가락 관절 등 여러 부위에 부담이 쌓인다”고 말했다. 입소자의 낙상을 막으려 급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침대와 시설물에 부딪히는 일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노동자의 신체 부담을 줄이기 위한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입소자의 낙상을 막기 위해 침대를 낮게 설치하면 요양보호사는 허리와 무릎을 굽힌 채 업무를 해야 한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침대 등 보조 장비를 활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바쁜 업무 중에는 이를 조정할 여유조차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고령 여성들이 호소하는 건강 문제도 신체적 부담과 맞닿아 있다. 같은 조사에서 고령 여성 임금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요통과 어깨·목·팔·손목 등 상지 근육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는 고령 여성이 남성보다 6개 건강 문제 모두를 더 많이 호소했다. 요통과 상지 근육통뿐 아니라 하지 근육통, 두통·눈의 피로, 불안감, 전반적인 피로에서도 여성의 응답 비율이 높았다.
문제는 통증이 누적돼도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거나 치료를 위해 쉴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돌봄서비스노조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는 허리를 많이 사용하는 업무 특성상 통증이 누적되지만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한 번의 사고로 발생한 부상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반복된 동작과 신체 부담으로 생긴 통증은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도 출근을 이어가는 현실은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고령 여성의 주관적 건강 상태가 좋거나 매우 좋다고 답한 비율은 39.9%로 남성(46.8%)보다 낮았다. 반면 6개월 이상 지속됐거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강 문제가 있다는 응답과 건강 문제에도 출근했다는 응답은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건강 문제로 결근한 비율은 남성보다 낮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도 일을 멈추기 어려운 고령 여성의 노동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병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근무 여건도 부담을 키운다. 노조 관계자는 “유급 병가를 허용하는 사업장은 많지 않다”며 “한 차례 병가를 인정하면 다른 노동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병가 사용을 제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계약을 갱신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은 병가 사용이 고용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통증을 참고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산재 실태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 여성의 산업재해 실태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건·복지 분야가 다른 서비스업과 묶여 있어 돌봄 노동자의 재해 규모와 특성을 세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넘어짐이나 부딪힘 등 사고성 재해에 비해 장기간 반복된 동작으로 생기는 근골격계 통증은 산재 통계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성별과 연령, 업종별로 산재 현황을 세분화하고 근로환경조사에서 확인된 건강 문제와 산재 통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김 박사의 제언이다.
산업안전 정책의 보호 범위를 돌봄 현장까지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신설한 ‘안전한 일터 지킴이’ 사업은 건설업·제조업·조선업 등 중대재해 취약 업종의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관련 실무 경력이나 자격을 갖춘 민간 퇴직자 등을 활용해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김 연구위원은 이 사업을 고령 여성 종사자가 증가하는 돌봄 현장으로 확대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퇴직 요양보호사 등을 안전 지원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돌봄 현장에서 오래 일한 퇴직자들이 안전 지원 인력으로 활동한다면 이들의 재취업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돌봄 노동자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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