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수요 회복’ 예상 선제 대응 긍정 평가

“미래 투자 지속 확대…성장 동력 확보 가속”

최윤범(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국내 최대 반도체 황산 공급사인 고려아연의 초고순도 황산(반도체 황산)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최근 고려아연이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전시회인 ‘SEMICON West 2026’에 참가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미국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혜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3분기 온산제련소 내 반도체 황산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하며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28만톤에서 32만톤으로 확대했다.

고려아연은 측은 증설 배경과 관련해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의 신규 생산시설 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설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황산은 반도체 제조 과정 중 웨이퍼 표면의 유기물과 미세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세정 공정’의 핵심 소재로, 고려아연은 국내 반도체황산 수요의 약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황산의 순도와 품질의 일관성은 반도체 수율 및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제련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SO₂)을 여러 단계에 걸쳐 회수·정제해 순도 99.9999% 이상인 ‘식스 나인(6N)’급 초고순도 반도체 황산을 생산하고 있다. 외부에서 유황을 조달해 황산을 만드는 일반적 생산방식과 달리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을 원료로 활용해 글로벌 유황 가격과 공급망 변화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을 주문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전략의 연장선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회장을 비롯한 현 고려아연 경영진은 지난 2024년 당시 업황 부진에도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회복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지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존 17개 생산라인에서 연간 24만톤의 반도체 황산을 생산하던 고려아연은 2024년 18·19호 라인을 추가해 연간 생산량을 28만톤으로 늘렸고, 올해 20·21호기를 추가로 증설했다

고려아연은 향후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증설 일정에 맞춰 반도체 황산 생산 능력을 최대 50만t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2029년 시운전, 2030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추진 중인 미국 테네시주 통합제련소에도 연간 약 10만톤 규모의 반도체 황산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전시회인 ‘SEMICON West 2026’에 참가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미국 반도체 소재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마이크론과 인텔,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및 관련 업체들과 미팅을 갖고, 미국 현지 반도체황산 공급 가능성과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기반으로 현지 생산 및 공급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성장 배경으로는 최 회장의 ‘주기율표 룰렛’ 전략이 꼽힌다. 이 전략은 특정 금속의 가격 흐름에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금속과 소재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9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실제로 매년 실적을 견인한 금속은 동일하지 않았다”며 “2025년에는 안티모니를 비롯한 핵심광물의 가격 상승이 추가 이익으로 이어졌고, 2026년 상반기에는 고도화된 정제 공정에서 회수한 은과 금이 사상 최대 실적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아연과 구리, 황산, 반도체용 초고순도 황산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해마다 실적을 이끄는 제품이 뒤바뀌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은 그렇게 효과적으로 작동해 왔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회장은 취임 이후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내 통합제련소 건설 계획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새로운 글로벌 성장 축으로 AI와 반도체, 방위산업, 에너지 전환, 지정학적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처나가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